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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너섬情談] 부동산 민심 / 이경훈(건축학부) 교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격전 끝에 예상외의 싱거운 표차로 결말이 났다. 선거가 후보자들이 도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겠지만 정권이나 개인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진 탓에 정책은 뒷전이어서 아쉽다. 다른 어떤 선거보다 시민의 삶과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시장 선거여서 더욱 그렇다. 다만 새 시장이 동시에 전 시장이기도 해서 10년 전의 정책이 계속되리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앞세웠을 때의 행정은 긍정적 측면도 많이 있었다. 개발 시대에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도시 공간을 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거리 가판대나 버스 정류장이 말끔해졌고 곳곳의 간판도 세련되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번쩍이는 금속 대신 채도를 낮춘 고급스러운 재료의 볼라드나 가드레일 같은 디테일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공이 있었다고 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획기적 건축물이 지어진 배경에도 디자인 서울 정책이 관통했다. 효율만을 강요했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였다. 비용이 들더라도 세계적 수준의 건축물을 서울에 짓고 그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유형·무형의 효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었다.

 

반면에 근본적 도시 프로젝트인 한강 르네상스와 뉴타운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수변 공간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개발하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강은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과는 다르다. 강폭이 훨씬 넓고 홍수위의 변화가 심해 도시가 다르게 발전해왔기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강변에 50층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은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높이 지으면 건물이 더 날씬해지고 통경축만 확보된다면 조망권에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통경축의 의미가 잘못 전달된 듯하다. 통경축은 특정한 지점에서만 조망을 내어준다. 그 외의 지점에서는 빡빡한 50층 건물더미 장벽으로 보일 뿐이다. 한강은 시민 모두의 것이며 물리적 접근뿐 아니라 탁 트인 강으로 향하는 조망권도 중요하다.

 

뉴타운 정책도 보완해야 한다. 서울 강북은 소규모 산발적 재개발을 지양하고 광역적이며 총체적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정책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낙후된 강북 도시 인프라를 보완하는 효과적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획일적 재개발 계획이 향하는 방향은 ‘전체 서울의 강남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의 아파트는 강남이 교외였던 시절에 유효했고 가능했던 건축 형식이다. 개발 시대에 커다란 지도에 도로를 긋고 구체적 계획 없이 아파트를 찍어내던 시대의 유산이다. 불가피하게 지어진 강남의 단지형 아파트를 600년이 넘은 도시 강북에 복제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서울 전체를 아파트로 재개발한다면 도시 서울은 어떤 활력과 먹거리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든다.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미다스는 결국 황금에 둘러싸여 굶어 죽게 된다.

 

한강 르네상스와 뉴타운이 좋은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논리에 의해 변질돼 비이성적으로 추동된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부동산은 도시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오로지 단기적 경제 관점에서 그것도 아파트라는 특정 건축 형식 중심으로 여러 요구를 하게 마련이다. 소위 ‘부동산 민심’이라는 것은 이기적이며 단기적이고 변덕스러우며 공적 마인드란 없다. 실체가 없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미분양 아파트와 경기 침체 때문에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하고 있었다. 다시 5년 후 경기 하락과 빈집을 걱정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도시의 행정과 계획은 달라야 한다.

 

새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실행했던 당시에는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합리적 의사 결정으로 성과를 이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취와 실패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와 해결 방식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부동산 민심을 믿지 마시라.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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