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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적절한가 / 장승진(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관위 소속 고위 간부의 자녀들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이후,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동안 논란이 지속되었다. 결국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밀린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은 그저 스스로를 보호하려다 실패한 조직 이기주의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법리적으로 따진다면 논란의 핵심은 과연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해당하는지이다. 한쪽에서는 선관위가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감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다른 쪽에서는 감사원법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만을 명시적으로 예외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포함되지 않는 선관위는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감사 대상의 범위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 아니라 감사원이라는 기구의 정치적 성격에서 비롯한다.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선관위는 입법, 행정, 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존재하며, 9명의 선관위원을 선출할 때도 3개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러한 지위가 선관위를 외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면제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감시와 통제의 주체를 자임하고 나선 감사원이 행정부 소속이라는 점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기관이 행정부 소속인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간혹 스위스의 감사원도 행정부 소속이라는 주장을 접하곤 하지만, 스위스는 명목상 대통령이 존재할 뿐 사실상 대통령제로 분류하기 어려운 독특한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대신 다른 국가들에서는 감사원이 입법부 소속이거나 아니면 행정부나 입법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관으로 설치되어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행정부를 감사하는 기관이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어서는 그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정권의 성향에 따라 감사 결과가 뒤바뀌거나,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정권교체 직후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을 밀어내려는 차원에서 '찍어내기'식 감사가 반복되는 모습에 익숙하다.


이렇게 본다면 사안의 본질은 선관위를 감사 대상의 예외로 볼 것인가에 있지 않다. 애초에 입법부와 사법부가 감사 대상에서 빠진 것도 감사원의 소속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물어야 하는 질문은 1963년 권위주의 시절에 정해진 감사원의 소속이 어째서 지금까지도 변화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가이다. 오히려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두는 것이 조직의 위상이나 감사 결과의 권위라는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기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감사원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번에야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수용할 수도 있고, 그 결과 선관위의 조직과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상 독립기관에 대해 행정부 소속 기구가 감사에 나선다는 사실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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