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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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회 북악 문화상 시상 / 시부문 당선 박수미 (국어국문 4학년)

 올해로 32회 째를 맞은 북악 문화상의 당선작 발표가 지난 12일에 있었다. 우리대학 학보사에서 주관하는 북악 문화상은 매년 재학생들의 응모작 중에 우수한 문학작품과 논문 등을 선발하여 평가하고 시상하고 학술행사다. 매년 재학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북악 분화상은 올해 10개의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번 시상에서 시 부문에 당선된 박수미(국어국문·4학년) 양은 수상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하며 부족한 작품을 뽑아준 교수님과 학교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시는 가장 순수하게 다가설 수 있는 문학인거 같아요.”

 시는 형태적으로 보면 가장 쉽고 단순하지만 사실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문학이다. 시는 작가의 정신이 응집된 결정체이자 순수한 표현 그 자체다. 박수미 양은 자신이 당선되었지만 아직도 자신은 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글파람’이라는 국어국문학과 소모임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박수미 양은 글을 쓰면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제가 경험하고 느끼는 어떤 것을 시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이번에 제출한 시는 아버지에 대한 얘기였어요. 아버지에 대한 어떤… 하나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시에 담으려 했어요.”

 

당선작,

<아버지의 보일러실>


의정부에서 1호선을 타면 한 낮을 달리던 전철이 반시간쯤 있다가 지하로 들어가는 순간 캄캄해지다 금세 환해진다 아직 어둠이 물러나기 전에 전철은 쑤욱 땅속 깊숙이 들어가 이번 역은 지하 청량리 지하 청량리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왼쪽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꾸러미를 그러모아 쥔 손에 땀이 밴다 몇 정거장을 더 가야 땅위로 올라가나 눈을 감고 정거장을 하나하나 세면서

그는
빨간 목장갑을 끼고서
시커먼 기름때
파이프를 만지고 있다
높은 천장위에 한 움큼 모아놓은
강철 국수다발처럼
파이프들이 주황색 밸브를 물고
그 앞에 늘어서있다
뒷주머니에 꽂은 수건에는
땀보다 진한 소주냄새

의왕에 내린다 낮은 건물 늘어선 야트막한 동네 구불구불한 골목길 따라 들어가면 백두산 불가마 사우나 높게 솟은 건물 지하 주차장 안에 천지의 물을 데우려 좁은 기관실속 입김이 뜨겁다 아줌마들 경자동차 드나드는 소리 사장님 중형세단이 번쩍거리는 불빛 간이 숙소 작은 창으로 침대가 비틀 거린다 의자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아득한 어둠 눈을 감고 1호선이 건너온 한강을 떠올리면서

그가
불볕더위보다
뜨거운 여름 보내는 동안
초복 말복 없이 바뀐 계절
늦은 저녁 어둠속에서
어둠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지상을 오르는 계단을 타고
별빛 내려앉은 동네를 떠나
어딘가 먼 강을 건너고 있다

 

 박수미 양이 발표한 <아빠의 보일러실> 의 심사평에는 ‘긴장이 살아있다.’는 평가가 씌여서 있다. 긴장은 시를 읽는 독자들이 시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다. 자신의 시선을 건조하게,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박수미 양의 시는 감정이 지극히 절제되어 있으나 그 속에 감정의 강렬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박수미 양은 시를 통해서 이러한 감정을 드러내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시를 쓸 때 항상 전 가만히 정지해있는 기분이에요. 그 안에서 제 경험을 시에다 배출하는 거죠. 그게 저 자신과의 소통이라고 저는 느껴요. 아니, 저 자신뿐만이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이 되는 것 같아요.”

 장래에도 문학에 몸을 담고 창작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는 박수미 양은 스스로 이번의 수상이 자신에게 앞으로도 깊은 의미로 작용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북악 문화상을 발판으로 내면이 깊은 작가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외 소설,수필,희곡,사진,시나리오,인문과학,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 당선작은 우리대학 학보사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