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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밀레 코리아 안규문 사장/경제학과 동문

첫 온라인 판매·10㎏ 세탁기… 독일 오너를 밀어붙인 `불도저`

"이 제품이 한국에서 요청해 개발한 10㎏짜리 세탁기예요. 반응이 좋아서 아시아를 공략할 모델로 본사에서도 기대가 크죠."

최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독일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의 전시장에서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밀레코리아가 밀어붙여 아시아 모델로 개발된 세탁기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에서 안 대표의 온화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처음엔 그렇게 큰 세탁기가 왜 필요하냐며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안 팔리면 책임지라고 하는 본사 직원에게 이불 빨래를 해야 하는 한국 소비자에 맞춰 달라고 했죠."

역시 듣던대로였다. 안 대표는 밀레 11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를 밀어붙이고, 딜러 대신 백화점 판매라는 아시아 스타일의 마케팅으로 독일 본사에서도 소문난 한국 토종 출신 CEO다.

보수적인 독일 경영진에 맞서는 불도저 CEO인 안규문 사장. 내심 독일 본사 코를 납작하게 만든 한국식 경영 스토리를 설명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독일 본사의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밀레는 프리미엄 가전이기 때문에 아주 까다롭게 제품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본적으로는 독일 본사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안 대표가 본사를 방문했는데 혁신적인 기술이 상당히 많기에 `이런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왜 안 내놓느냐`고 물으니 본사 직원의 "소비자는 실험용 쥐(모르모트)가 아니다"란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지 10년 이상 검증하는 게 밀레의 방식이었다.

그는 "한번은 독일 영사관에 갔는데 글로벌 경기가 안 좋아 어렵지 않으냐고 물으니 영사관 사람들 얘기가 내수만 하는 독일 기업들이 여전히 많아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수출액이 2배로 늘 수 있다더라"고 전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강 기업이 가득한 독일처럼 한국도 저력 있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밀레는 독일의 작은 도시 괴테슬로에 위치한 보수적인 중소기업이었지만 해외 진출을 선언하고 안 사장 같은 현지 CEO를 고용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독일의 품질주의와 한국식 마케팅이 만난 셈. 경제위기가 몰아친 2008년에도 밀레의 전 세계 매출은 1.24%밖에 줄지 않았다. 독일 내수시장에선 오히려 매출이 7.7%나 늘었다. 유럽발 경제위기 소식에도 올해 밀레의 매출증가율은 2.2%나 된다.

안 대표는 "독일에도 삼성이나 LG, 현대차처럼 전 세계에 수출하는 벤츠, BMW 같은 회사가 있는데 내수만 하는 작은 기업들과 조화를 이루며 경제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 뒤 "한국에도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밀레 같은 `히든 챔피언` 기업이 많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상장 회사로 110년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는 밀레의 지배구조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현재 5명의 공동 대표 가운데 2명이 회사 지분을 나눠 보유한 진칸 가문과 밀러 가문에서 배출된다. 안 대표는 "3명은 전문경영인이, 나머지 2명은 현재 라인하르트 진칸 대표와 마르쿠스 밀러 대표가 각 가문을 대표해 맡고 있다"면서 "오너 가문 CEO들이 받는 사전 경영 훈련이 엄격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진칸 가문과 밀러 가문의 많은 자식 가운데 대표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BMW 같은 독일 굴지의 기업에서 3~4년 이상 근무하고, 해당 기업에서 철저히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추천서를 받아오는 것은 기본이다. 그 뒤엔 밀레에 입사해 1~2년간 근무를 시킨다. 여기서 승진하려면 각 가문의 어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최고 책임자가 될 수 있다.

He is...

△1951년 출생 △1977년 국민대 경제학과 졸업 △1977년 (주)쌍용 입사 △1982~1991년 쿠웨이트, 미국 근무 △1997~2000년 (주)쌍용 방콕 지사장 △2003~2005년 코미상사 대표 △2005년 8월~현재 밀레코리아 대표

원문보기 :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703331

출처 : 매일경제                            기사입력 : 2010.12.19 17:4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