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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미술학부 02) 동문, 장애인 사랑 담은 ‘시각·촉각전’

장애인 사랑 담은 ‘시각·촉각전’ 작품마다 세상 향한 잠언 가득

"저는 작품활동을 통해 낮아지고 겸손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가려고 합니다."

청년작가 나광호(삼일교회)씨의 작업일기 중 한 부분이다. 30세 청년의 다짐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중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기독교 미술계에선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나씨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미술을 시작했다. "어머니랑 연애하면서 삽화를 그리셨대요. 원래 꿈이 화가셨지만 손이 불편해 포기하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셔츠를 입고 간신히 구멍에 단추를 끼워넣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미술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는 자신의 달란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2006년 국민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그해 제14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쥐면서 비로소 비전을 구체화했다. "내재되어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주자."

현재 서울 대림동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시각·촉각전'을 열고 있는 그는 2006년 이후 UM갤러리(2007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갤러리(2008년)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었다. 또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유아트스페이스, 서울시립미술관, 갤러리세줄 등에서 단체전도 가졌다. 이 밖에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한국현대판화, 창작미술협회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이번 전시회도 갤러리AG 2009 신진작가 공모전에 당선돼 다음달 7일까지 열고 있다.

주로 일반 쪽에서 활동해 왔지만 그의 작업 내용은 지극히 성경적이다. 성곡미술관 박천남 학예실장도 나씨의 전시를 보고 "그에게 있어 예술은 사랑의 실천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는 종교적인 태도가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이 세상에서 통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예수님을 닮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 아버지를 보면서 감사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기독교미술대전 수상 이후 크리스천 예술가들과 함께 선교여행을 다니며 비전이라는 색을 입혔다.

"어느날인가부터 저의 눈이 예수님만 향하다 보니 무엇이든 허투루 보이지 않더라고요. 하다못해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요. 한번은 '에반 올마이티'란 영화를 보는데, 작은 친절을 베풀고 버려진 개를 사랑해주라는 장면을 감상한 이후 유기견을 데려다 키울 정도였으니까요."

또 작은 액수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미자립교회의 지원을 시작했다. 특히 아버지와 같은 장애인에게 관심을 쏟았다. 그의 이런 사랑의 실천들이 모아져 이번에 '시각·촉각 전'을 갖게 된 것이다.

"평면적인 그림은 눈을 통해서 볼 수 있지만, 촉각적인 부분까지 결합된다면 시각장애인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여러 개의 작품을 겹치거나 흘러내리는 기법을 사용하고, 알갱이 같은 재료들을 활용했습니다. 또 방과후 수업에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드로잉도 차용했습니다. 잃어버린 순수함을 가르쳐주고 싶었거든요."

그는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순수하지 못한 자신의 죄스러움을 회개했다. "저는 이 일을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론 장애인이 되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의 고백을 합니다. 또 아이들이 되면서 잃어버린 순수한 영혼을 되찾기 위해 애써 기도합니다."

나씨는 전시가 끝나는 대로 인천공항에 들어서는 12m 크기의 모빌 설치 작업에 나선다. 그는 "나의 작품들이 회화적인 시편이요, 조형적인 잠언으로 세상에 읽혀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360871&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입력 2009-07-21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