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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행복을 알아야 복지가 보인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김봉진(디자인대학원 10) 동문

“제대로 된 복지 제도를 만들려면 먼저 행복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점에 가서 ‘행복’을 키워드로 책을 검색하고 무작정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경영 고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복지’다. 우아한형제들의 독특하고 기발한 복지제도가 대표 서비스인 ‘배달의민족’ 만큼이나 유명세를 탄 것도 김 대표의 이같은 경영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김 대표는 “행복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실정으로 무엇보다 우리는 행복을 공부해야 한다”며 서은국 연세대학교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행복의 기원은 그동안 심리학적으로 해석했던 행복을 진화론적 시각으로 본 책으로 우리가 몰랐던 행복의 진실을 알려준다. 

◇“복지는 곧 행복한 삶”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와 롯데월드의 ‘매직 아일랜드’가 내려다보이는 우아한형제들 회의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행복과 복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대표는 “복지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행복한 삶’이라고 돼 있다”며 “그동안 복지는 국가나 회사가 제공하는 제도, 편의라고 생각했는데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야겠구나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읽은 행복에 대한 수많은 책 중 행복의 기원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책이다. 행복의 기원은 ‘행복은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식의 상투적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다윈의 진화론을 행복에 적용시킨 저자는 인간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이고, 생존을 위한 행위들이 행복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피카소가 다양한 그림을 그리며 세계적인 예술가가 된 것은 자아실현이나 가치 실현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카소는 그림을 통해 이성에게 관심을 받고 ‘종족 번식’이라는 생존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책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구절은 인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하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 고작 2시간이라는 내용”이라며 “즉 행복을 철학적으로 다룬 것이 인류 역사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행복이 곧 능률” 

김 대표는 행복의 기원을 인용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행복은 가장 먼저 가족과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우아한형제들의 복지제도도 모두 가족과의 행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직원의 생일에는 회사가 “어서 가서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등을 떠민다. 최근에는 결혼기념일과 아이의 졸업식, 입학식, 운동회 등에는 모두 특별휴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은 사소한 복지제도가 직원의 행복으로 이어지고 결국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에는 ‘피플팀’이라는 이색 조직도 있다. 이 조직은 인사팀과는 다르다.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역할만 한다. 만약 한 직원이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고 있다면 피플팀은 그 직원에게 다가가 “괜찮으냐”는 인사를 건네고 감기약 등을 챙겨준다. 보살핌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것. 

김 대표는 “조직의 구성원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압이나 보수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의 능력보다 관심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치가 더 높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책 읽는 훈련으로 바꾼 삶” 

김 대표는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창업에 성공한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과는 다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디자이너였던 김 대표는 한때 창업 실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적이 있다. 그때 그를 다시 서게 만든 것이 바로 독서였다. 

김 대표는 “당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며 “어머니와 아내,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책을 읽으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책을 권한다.우아한형제들 직원이라면 누구나 서점에서 구매한 책에 대한 비용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복지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책을 읽으면 과거의 나를 부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각을 배우면서 잘못됐던 과거의 생각을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도 이미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하며 가졌던 생각 중 하나를 바꾼 적이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만 해도 인사팀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다”며 “인사평가제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조직이 커지다 보니 인사팀이 꼭 평가를 하는 조직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인사팀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인사팀은 만들었지만 우아한형제들에는 여전히 인사평가제도, 인센티브라는 말이 없다. 김 대표는 “개인의 역량 차이는 이미 연봉에 반영돼 있다”며 “모든 사람은 지속적으로 매년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남과 비교하는 인사평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신 김 대표는 조직의 팀 자체를 평가한다. 팀 안에서 경쟁이 아닌, 회사 외부의 조직 등과 경쟁하며 오히려 발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사평가 대신 ‘긍정 에너지’ 

김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조직이 커지며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았다”며 “대신 직원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5년 차 이상 직원들에게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칭찬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연봉협상을 할 때도 “네가 성과가 좋다”는 말 대신 “당신 덕분에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한다. 내가 조직에 공헌했구나, 조직에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스스로 느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서비스만큼이나 독특하고 이색적인 광고 카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살 찌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는 “카피를 쓸 때 부정적인 내용은 모두 제외한다”며 “직원들이 행복하고, 그 행복이 카피로 전해져 소비자들도 행복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1976년생으로 나이키 코리아, 현대카드 등에서 웹 사이트 아트디렉터를 했고 이모션, 네오위즈와 네이버에서 브랜드 마케팅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2003년, 2004년 뉴욕광고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10월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했다. 

 

원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C21&newsid=01082406612583976&DCD=A00302&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