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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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의 보물창고, <묵향으로의 초대 - 한국 근현대 서화 100인전>

< 서 , 화. >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그동안 그림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그림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얼마전 있었던 서울 간송미술관 전시회에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기 위해 첫날부터 관객들이 2만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을 정도다.

 

 그런가하면 사람들은 점점 글씨를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 손으로 정성껏 쓰던 편지대신 자판을 두드려 이메일을 쓰고, 줄이 삐뚤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쓰던 레포트는 이젠 간단히 프린터로 뽑게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글씨에 관심을 잃어갔다.

 

 이렇게 사람들의 외면 속에 잊혀지고 있는 '서'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다시 태어나고 있는 '화'는 서로 그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요즘. 국민대학교 박물관에서 학생들에게 '서', '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민대학교 박물관에서 개교 62주년을 맞이하여 10월 23일부터 11월 28일까지 열리는 제18회 특별기획전이 바로 그 기회이다. 이번 특별기획전의 주제는 <묵향으로의 초대 - 한국 근현대 서화 100인전>으로 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정치인, 애국지사, 문인을 포함한 한국 근현대 서화계의 대표인사 100인의 필묵을 감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국민대학교 박물관의 하기석 선생님이 5-6년 동안 직접 발로 뛰며 모은 서화들이 대부분이고 개인에게 찬조, 협조를 받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그냥 진열하면 관람하는 학생들이 지루할까 배려하여 작품들을 크게 시기별(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로 분류했다. 그리고 시기별 구분에서 또다시 관계별(교유, 사제, 혈연, 대립)로 분류하여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구 한 말 >

 

 

 박물관 출입구에서부터 시대 역순으로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입구에 놓인 팜플렛에 적힌 설명들을 보면서 시대순으로 살펴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구한말'부터 시대순으로 작품들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고종의 작품이다. 雲起雨來 (구름이 일어나니 비가 오네)라고 쓰여진 고종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비운의 시대를 살았던 고종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 옆으론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주로 정치적인 인물로 많이 알려져 있는 흥선대원군은 난을 치는 실력이 뛰어났다하니 그 유명한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흥선대원군의 작품을 가장 비슷하게 그려냈던 제자들의 작품 또한 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취화선'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미술계의 천재가 장승업의 작품은 감동과 감격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외에도 안중근 의사가 서거하신 달에 쓴 유묵으로 당시 최고급 일본족자로 꾸며져 '만주제국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었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일 제 강 점 기 >

 

 

 경제적, 정치적은 물론이거니와 문화적 억압까지 가해졌던 일제강점기에도 우리 조상들의 서화 작품들은 보석처럼 반짝반짝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서 가장 익숙한 작품은 단재 신채호와 백범 김구의 작품이다. 이들은 사람의 자손이 되면 마땅히 재주가 있어야 한다(단재 신채호)거나, 마음이 굳건하고 안정되면 온갖 몸이 명을 따르리라(백범 김구)는 자신의 사상을 직접 글씨로 써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런가하면 해강 김규진의 서화 작품에는 드물게 원숭이의 그림이 그려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저 때도 원숭이가 있었나?'라는 궁금증이 무색해지게 '너무나도 원숭이 같은' 원숭이 그림은 그 익살스러움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그 위에 써있는 시는 그림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줌으로써 큰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 해 방 이 후 > 

 

 

 1945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해방 이후'엔  해공 신익희, 청전 이상범, 우남 이승만 등 근현대가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작품들을 많이 진열되어 있다. 그런가하면 바낻로  유명하고, 익숙한 인물들이 아니더라도 작품만으로 저절로 이름에 눈이가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소전 손재형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글씨체가 특이하고, 익살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정작 글귀를 해석해보면 '천지는 오랜 세월 계속되지만 인생은 단지 백년뿐이라. 살아 있는 동안의 즐거움만 알면 되는데 헛된 인생의 근심 품고 있어라.'라는 심오한 뜻을 담고 있다. 청강 김영기의 작품은 추상화 같은 몽롱함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한문으로 되어 있어 그 뜻을 헤아리는데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입구에 마련된 팜플렛의 해석들을 읽으면서 본다면 한자와 글귀를 맞춰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작품을 다 본 후에는 붓글씨로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직접 붓글씨를 써보는 체험해 볼 수 있고, 그 옆엔 관람객들을 위한 핸드폰 액정 클리너까지 준비되어 있다.

 

 

 보물창고에 쌓인 보물들처럼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서화 작품들은 관객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보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을 탐하게 하는 욕심을 부추기지만, 서화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정화시켜준다는 것이다.

 눈과 마음이 시끄럽고 복잡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국민인이라면 <묵향으로의 초대 - 한국 근현대 서화 100인전>을 감상해보자. 눈과 마음이 깨끗히 정화되는 것은 물론, 한폭의 서화처럼 평온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