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NH농협은행, 디지털 인재육성 프로그램 운영
외부 전문인력 수혈에도 적극적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은행은 사라져도, 뱅킹(플랫폼)은 살아남는다.’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의 거세지는 도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 혁신 가속화 속에서 시장 패권을 지키기 위한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한 은행들의 고민은 주요 대학과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부 인재 영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내부 인재를 직접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결과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디지털·IT 부문 신입행원 모두를 대상으로 ‘미래 디지털 금융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두 자릿수에 달하는 신입 행원을 카이스트 등 국내 주요 대학의 디지털금융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통해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금융시장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 디지털·IT 유관부서 일선에 배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IT 부문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를 통해 우리은행 디지털금융을 이끌어 나갈 핵심인력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미래 디지털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과 손을 잡았다. 최근 카이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워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40명 규모로 선발한 2030 젊은 직원들을 컴퓨터공학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
NH농협은행은 서울대·국민대·농협대 등 국내 주요 대학과 디지털 교육과정 협약을 맺었다. 서울대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과정을, 국민대와 농협대는 각각 인공지능 활용과정과 디지털 MBA 과정을 제공한다. 또한 연세대·서강대·고려대·카이스트 등과 디지털 교육과 관련한 고급 학위 과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 인력 확보 노력은 채용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전날 ‘2021년 상반기 공개채용’으로 IT·데이터·경영관리 부문에서 신입·경력 행원을 200명 규모로 뽑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 역시 디지털 인재를 가려 뽑는 ‘핀셋’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 우수 인력 확보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은행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도전 속에서 은행이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순혈주의 뿌리가 깊은 은행권은 이미 지난 몇 년 간 디지털·IT 관련 전문인력 수혈에 공을 들여왔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9년 윤진수 전 삼성전자 빅데이터 센터장을 테크그룹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지난 4월에는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 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을 앉혔다. 우리금융,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의 데이터전략·ICT 책임자도 상당수가 IT기업과 교수 출신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디지털 인력 양성 노력은 장기적 안목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고급 디지털 인력이 구글·페이스북 주요 IT 기업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영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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