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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행정사도 행정심판 대리 허용 - 찬성 / 강정훈(법무대학원) 교수

최근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행정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이를 반대하는 변호사들과 행정사 간의 영역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그동안 행정심판 청구와 관련된 서류 작성·제출만 대행하도록 한 행정사의 업무 영역을 넓혀 행정심판에서 변호사 외에도 행정사를 대리인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대리권 부여에 찬성하는 측은 행정사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행정심판을 대리해 법률소비자들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권리 구제를 도모할 수 있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퇴직공무원의 전관예우 우려는 수임제한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사에게 일종의 사법절차인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할 경우 사법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강정훈(법무대학원) 교수

이번 행정사법 일부 개정법률 입법예고안이 관련 업계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행정사가 행정심판 서류 작성 외 심리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행정심판 청구의 대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해당 분야 교육 이수자에 한해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사는 행정 업무의 원활한 운영과 국민의 권익 구제를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자격사다.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및 제출 대행, 권리·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 작성, 행정기관의 업무에 대한 인허가 대리 등을 맡는다. 전국의 개업 행정사는 8,500여개로 현재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사무소는 50% 미만인 것으로 공인행정사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 행정사에게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는 행정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지 않다.

우선 전문성 부분에서 행정사보다 더 행정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는 없다는 점이다.

일반행정사 자격 시험 과목만 보더라도 민법(총칙·계약), 행정법, 행정학, 행정절차법, 사무관리론, 행정사실무법 등 일반행정 업무에 관련된 법령 모두를 시험 과목으로 정하고 있어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험 일부 면제 공무원의 규정(행정사법 제9조 제2항)을 보면 ‘15년 이상의 공직 근무자 중 7급 이상이나 5급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 시험을 통과했고 현직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숙련된 행정 업무를 수행한 만큼 전문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행정 업무에 관한 한 변호사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으로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또 행정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행정사가 행정심판 대리를 하려면 특정 교육 이수 과정(시험 포함)을 거친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뒀다. 행정사 자격을 손쉽게 취득해 행정심판 대리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러한 행정사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결과다.

둘째,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국민의 편리한 권리 구제 방법의 취지라고 볼 수 있다. 행정사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행정심판을 대리해 국민에게 좀 더 쉽고 편리한 권리 구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해 헌법상 국민의 행복추구권에 부합한다. 사실 변호사사무소나 법무법인의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고 국민에게 행정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되는 입법조치다. 현장 실무에서 행정사 수임료는 30만~100만원 내외로 볼 수 있지만 변호사의 수임료는 최소 300만~500만원에 이른다. 이번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하고 행정심판 활성화로 행정소송 대비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등 국민의 입장을 대변한 행정사법 개정 법률안으로 평가된다. 

셋째,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공정한 행정심판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행정사법 개정안에서는 공무원직에 있다가 퇴직한 행정사는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기관과 관련한 업무는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공무원과의 연고 및 사적 관계 등을 선전하거나 거짓된 내용 등 사실을 오도·오해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다른 자격사에 비해 전관예우의 소지가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만큼 일각의 전관예우 강화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공무원이 전직에서 하던 일을 퇴직해 일정 기간 할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있고 행정 사업은 전직 공무원 행정사보다 새로 1,000여명에 이르는 자격 시험 행정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어 이러한 전관예우 문제는 기우에 불과하다.

넷째, 행정사법 개정안은 다양한 행정 환경의 변화와 외부 법률 환경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라 할 것이다. 현행 국가법령은 4,500여건, 자치법규도 무려 9만여건에 이르고 복잡해진 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기존의 주먹구구식 행정법률 서비스에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는 시장으로 혁신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행정사들이 외국인의 출입국 대행 등 제한된 업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중 FTA 시장 개방에 맞춰 행정 수요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게 된다. 또 국내의 행정 업무 환경을 모르는 외국 바이어들에게는 친절한 행정 서비스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섯째, 이번 행정사의 행정심판 대리권 부여는 다른 자격사법 등과 균형·조화를 이룬 입법조치로 보인다. 헌법(제107조 제3항)에서 행정심판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돼야 한다는 규정은 삼권분립으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라는 헌법의 취지이지 변호사에게만 무조건 행정심판을 인정하라는 취지는 아니다.

이미 공인노무사나 세무사 등 다른 자격사에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이번 행정사법 개정법률안은 직역 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입법조치다. 로스쿨로 인해 매년 1,500여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국민에게 아직 쉽게 다가설 수 있는 행정심판 법률 서비스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행정사법 개정안에서 행정심판 대리권뿐 아니라 생활밀착형 민원해결사 행정사제도가 잘 정착돼 양질의 행정법률 서비스를 국민들이 누리기를 기대한다.

강정훈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행정사

 

원문보기 : http://www.sedaily.com/NewsView/1L1LUK3D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