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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이원덕] 아베 마침내 개헌 시동 걸다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지난주 임시국회 개회 연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개헌 논의에 착수해 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바야흐로 평화헌법 개정 시동을 향한 본격적인 신호탄이 점화된 것이다. ‘전후체제의 탈각’을 내걸고 정권을 거머쥔 아베 총리로서는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는 것이야말로 그의 임기 중 성취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로 간주해 왔다. 아베 정권이 집권 4년간 정력적으로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 안보법제 도입, 대미동맹 강화도 따지고보면 헌법 개정이라는 최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이자 징검다리였다고 할 수 있다.
 
아베만이 우뚝 서 있는 이른바 ‘1강다약’의 정치구도에도 불구하고 아베가 임기 중 개헌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다. 자민당 당규상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는 2018년 9월까지다. 자민당 총재는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당규를 고치지 않고는 아무리 길어야 6년 이상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총재 3선이 가능하도록 자민당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솔솔 나오는 소이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인 과반수는 여전히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하거나 비판적이다. 아베 총리도 이러한 여론을 감안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 개정 반대를 최대 쟁점으로 내걸고 선거에 임했던 것은 민진당을 필두로 하는 야당이었다. 자민당은 아베노믹스 성공, 소비세 도입 연기 등의 쟁점을 내걸고 선거에서 승리해 의회 내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우회전략을 선택했고 그 결과 자민당은 압승했다. 이로써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 2 의석이 개헌파 세력으로 채워졌다.

일찍이 민주당 정권 하에서 야당 신세로 전락했던 자민당은 개정 헌법의 초안을 만들어두었다. 이 초안은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인 9조 1항의 전쟁 및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로 바꿨고, 2항에서 이 규정은 ‘자위권의 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대체했다. ‘9조의 2’를 신설하여 자위대를

 

사실상의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로써 자위대의 무력 사용에 대한 제한을 아예 철폐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일왕을 ‘일본국의 원수’, 국기는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로 각각 명기하는 내용도 초안에 포함시켰다. 아베 자민당은 이 초안을 새로운 헌법의 골간으로 삼고자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먼저 국회 양원에 설치되어 있는 헌법심사회에서 개헌 원안이 마련돼야 한다. 중의원 50명, 참의원 45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심사회는 각 정당의 의석수에 비례해 인원이 배분되어 있다. 여기서 통일안이 마련되면 그 다음 단계는 중·참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획득해야만 개헌이 비로소 발의된다.

마지막으로 발의된 개헌안이 확정되려면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아베의 잔여 임기 2년 내에 자민당 개헌 초안이 이 복잡한 과정을 쉽사리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사실상 회의적인 시각이 대세다. 연립정권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는 공명당은 자민당 개정 초안에 대해 비판적이고, 여전히 개헌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야당과 시민사회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연 아베 정치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개헌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 임기 내 개헌이 실현될 것인지는 일본 국민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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