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시론] `수평 구조` 취약한 서비스강국 / 김현수(경영학부) 교수

대한민국을 글로벌 서비스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서비스강국코리아 활동을 2015년 시작하면서 채택한 두 가지 중점 캠페인이 갑질 없는 수평사회 만들기와 서비스가치 바로알기였다.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관계에 의해 그 가치가 형성되는 무형재화이고, 서비스의 창출과 교환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서비스공급자와 서비스 수요자간의 관계가 쌍방향적이고 수평적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는 수평성이 매우 취약한 상태로 진단돼 서비스강국코리아 활동의 중점 사업으로 수평성 회복운동을 채택한 것이었다.

이번에 촛불집회에 예상을 초월해 수 백만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찬성표를 얻어 가결된 것은 모두 이 수평성 회복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권한의 남용과 여러 종류의 갑질과 약속 불이행을 포함한 권력의 횡포가 모두 수평성에 반하는 행위들이어서 국민의 분노를 증폭시킨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은 서비스경제의 강국이 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수평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명확한 선언이 우리 사회의 수평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의 정신이 수평성이고, 민주의 정신도 수평성이기 때문이다. 제1조에 추가해 헌법 제7조에서도 수평성을 강조했다.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당연한 공직자의 자세를 재확인하며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고,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는 국민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며 봉사할 의무를 지닌다. 또한 위임받은 권한을 위임자인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데 수평적 방식으로 사용할 때 직업공무원제가 설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서 민주공화국의 정체성과 수평적 국가운영 기반이 크게 위협받고 있어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공직자가 국민을 위해 수평적으로 행사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한의 위임자인 국민에게 수직적 행위인 갑질을 하게 되면 대의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민주공화국의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수평성을 회복하고, 다시 경제를 도약시킬 묘안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가 헌법에 민주공화국임과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고, 공직자의 대국민 봉사의무를 명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과 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일이 왜 자주 일어나는가. 수직적 문화 뿌리가 상당히 깊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멀게는 1392년 조선왕조 건국시 사농공상 위계에서 가까이는 현재의 정부조직구조와 운영방식까지 수직적 문화가 긴시간에 걸쳐 넓고 깊게 형성돼 있다. 선비와 공무원이 높고, 상공인과 국민이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수직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공직자의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권한과 의무의 철저한 균형적 이행에 충실한 수평사회가 되도록 혁신적 방식의 공직자 의식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제반 법제도와 국가조직 운영 차원에서 수평성을 회복해야 한다. 정부가 400조원 이상의 거대한 예산을 사용하며 정부주도로 주요 사업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공직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갑의 입장으로 오해하기 매우 쉽다. 공직자들이 모든 법제도와 각종 인허가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어 그 권한을 자신의 것으로 오해하고 사유화하기 쉬운 상황이다. 정부 조직을 작은 정부로, 상호 견제되는 수평적 조직으로 개편하고, 민간 중심으로 사회와 경제가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 행정부의 구조와 역할,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과 운영방식 모두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 개혁도 필요하다. 법제도로 규율할 수 없는 영역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산업간 경계가 해체되며 혁신이 가속화되는 현대 경제와 사회에서는 법제도보다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고방식과 사회발전을 위한 이타적인 의식기반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헌법 정신에 충실하며 수평적 선진 경제, 서비스강국으로 도약할 기회가 왔다.

 

원문보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12190210235160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