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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타인에 대한 관심이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점”/ 주재우(경영학부) 교수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은 사실일까? 아무래도 생활이 넉넉한 사람일수록 더 잘 베풀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더 큰 동정심을 보이는 사례도 많다. 최근 미국 뉴욕대의 심리학자들이 재미있는 실험으로 이를 검증해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뉴욕 시민 61명에게 구글글라스를 착용시킨 다음 1분 정도 거리를 걸어가게 했다. 구글글라스는 안경처럼 쓰는 디지털 기기다. 착용자의 시선이 가는 곳을 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연구진은 이렇게 시민들이 걸어가면서 자동으로 녹화된 영상을 분석해 각각의 실험 참가자가 길에서 타인을 마주쳤을 때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오래 응시하는지를 측정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빈곤층, 노동자층, 중산층, 상위중산충, 상류층 중 어디에 속하는지 스스로 평가하라고 요청했다. 이 설문 결과와 녹화 영상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낮은 사회 계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참가자들이 타인을 오래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좀 더 확실한 결론을 얻기 위해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77명의 뉴욕대 학생에게 도시의 이모저모를 담은 사진들을 쳐다보게 했다. 이전 실험과 마찬가지로 하위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일수록 사진 속의 사람들을 오래 쳐다봤다. 즉, 가난할수록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이나 힘을 사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못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이 실험은 미국에서 진행된 것이다. 한국은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는 사회 계층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여러 문제의 밑바탕에는 타인에 대한 개인적 관심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들만 사는 사회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208/827628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