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기고]디자인산업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 안진호(대학원) 겸임교수

애플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최고 브랜드 가치를 평가 받는 회사다.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디자인 역량이 대표한다. 창의 아이디어를 기술, 지식, 제품과 연계하고 융합해 혁신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창의성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디자인 같은 무형의 서비스 역량이 기업과 국가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디자인은 이제 포장 수단이 아니다. 산업 기반에서 그 가치를 논하고 있다.왜 애플은 최고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대규모 첨단 기술 연구소 같은 디자인연구소가 있고, 세계 최고·최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 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하면 그들은 최소한의 디자인 기반 시설과 디자이너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다양한 언론 기사와 관련 문헌 자료를 종합하면 애플은 전 직원 1%도 안 되는 1000명 이하의 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우리는 디자인 산업을 선도하지 못하는가. 필자는 여기에 대한 답을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의 혼란`과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융합의 방법`에서 찾고자 한다.

먼저 정체성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전통이 정체성이고 세계가 우리의 `정체성=전통`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18세기 우리나라, 중국, 일본 3개국의 의상과 생활용품 등을 어떠한 구분 표시 없이 서양인에게 보여 주고 구분해 보라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구분할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가 생존 경제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살아남으려면 `오리엔탈리즘`과 `코리안리즘`을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통을 정체성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창의 관점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창의 관점의 정체성이란 결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을 남에게서 새로움을 찾고 그 새로움이 세계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찹쌀떡은 우리의 전통이지만 정체성이 아니다. 그것은 `모찌`로써 일본 정체성으로 인식된다.

두 번째로 디자인에 대한 이해와 융합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애플 디자인 방식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답은 디자인에 대한 `통섭 융합`에 있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디자인의 핵심 요소는 기능성, 심미성, 경제성, 양질성 등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인식하는 디자인은 오로지 `심미성`일 뿐이다. 기업에서도 디자인경영을 중요성으로 부각시키지만 디자이너 이외에는 디자인하는 사람이 없다. 전 직원이 모두 디자인을 한다는 생각은 없다. 디자인은 오로지 디자이너의 몫일 뿐이다.

디자인 전략 핵심은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 가치를 유·무형으로 포장하는 것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폐쇄되거나 단절된 디자인경영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 사례를 보면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부터 모든 디자인에 직접 관여했다. 애플에는 형식상의 직함이 있는 디자이너는 1000명도 안되더라도 실제 디자이너처럼 일하는 직원은 몇 만명이 넘어선다는 것이다. 이게 애플 디자인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어떻게 디자이너와 비(非)디자이너를 하나로 융합시킬 수 있을까. 우리나라 디자인 융합의 문제점은 이런 이질의 것을 단지 한 곳에 합쳐 두면 그것이 융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들을 융합시킬 수 있을까.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으로 확장하고, 모두 함께 디자인을 한다는 융합 사고방식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디자인의 `통섭 융합`이다.

우리나라는 1~3차 산업혁명을 몇 백년에서 몇 십년 뒤진 상태에서도 잘 쫓아 왔다. 4차 산업혁명은 겨우 몇 년 정도 뒤처진 상태다. 아직 어느 누구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창의 정체성`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디자인 산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통섭 융합`이 중요하다. 디자인을 단순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고, 다 함께 참여하는 통섭 융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진호 디자인칼럼리스트, 국민대 겸임교수(경영학박사) pibuchi@gmail.com

 

원문보기: http://www.etnews.com/201702150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