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트럼프-아베 정상회담에 밀린 韓美외교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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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부터 이틀에 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회동은 앞으로 펼쳐질 동북아 국제관계 격랑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예상외의 트럼프 당선에 경악과 충격에 빠졌던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때 쏟아 놓은 `TPP 탈퇴` `방위비 청구` 같은 공약에 대통령 취임 일성으로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하자 일본 반응 역시 탄식과 경계 그 자체였다. 미·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분위기는 일변했다. 아베는 트럼프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안도감에 더해 트럼프-아베 `찰떡궁합`을 뒷심으로 하여 동북아 외교를 주도하겠다는 기세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부산 소녀상을 계기로 소환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대사 귀임도 미뤄졌다. 아베는 작년 11월 당선자 신분의 트럼프를 전격 찾아가 골프채를 선물하는 등 환심을 사려는 작심행보를 했다. 두 번째 만남인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아베는 70만개의 일자리와 450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 창출을 골자로 하는 `미·일 성장 고용 이니셔티브`라는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일본 기업들도 아베의 노력에 힘을 보탰다. 소프트뱅크, 도요타자동차, 샤프 등 일본 대표기업들은 미국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았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에 총력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쓸개 빠진 사대주의, 저자세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아베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아베는 트럼프와의 이틀간 회동을 통해 1980년대 레이건-나카소네 시대를 연상하는 개인적인 신뢰 구축에 성공했다. 에어포스원 동승, 전용별장 초대, 27홀의 골프 라운드 등 트럼프는 파격적인 의전으로 아베를 아시아 `최고의 친구`로 대해줬다. 안보 분야에서 센카쿠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5조 적용대상이라는 확고한 안보 공약을 확인받았고 일본이 걱정했던 방위비 분담 얘기는 의제로도 오르지 않았다. TPP 탈퇴로 `멘붕` 상태였던 일본은 마찰이 예상되는 무역, 환율, 투자 등의 의제는 양자 `경제대화 채널`을 열어 별도로 논의키로 했다. 아베는 귀국하자마자 NHK 생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북한에 대해 미국의 자세가 더 엄격해질 것이며 대북 정책이 더욱 거칠어질 것"이라고 명언하였다. 2월 15일에는 국회에 출석해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이 환율조작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것이라는 데 (미국 쪽의) 이해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베는 트럼프를 내세우며 호가호위 자세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 놓고 있지만 누구도 이를 의심할 수만도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씁쓸한 것은 미·일 정상의 대화나 공동 기자회견 그 어디에도 한국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북극성 2형` 발사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기세등등하게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트럼프는 "중요 동맹인 일본을 100% 지지한다"고 엄호사격 했을 뿐이다. 국제규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했던 버락 오바마와는 달리 트럼프는 힘에 기반한 자국 이익만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다자적 접근보다는 양자협상 방식의 외교를 선호한다. 올 상반기는 트럼프의 동북아 전략이 골격을 갖추는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 나라가 탄핵과 대선에 매몰되어 외교안보 노선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동안 한미 동맹은 어느새 미·일 동맹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트럼프의 동북아 정책이 아베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된다. 한국의 외교안보 노선과 시각, 이해관계가 트럼프 행정부와 여과 없이 소통될 수 있는 채널 구축이 아쉽다. 무엇보다도 정상회담에 당당하게 임할 새로운 지도자의 출현이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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