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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의 지혜]음성인식 로봇이 ‘외로움’을 줄여주긴 하지만… / 주재우(경영학부) 교수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는 여성 목소리의 인공지능을 사랑하게 되는 독신 남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요즘 이렇게 사람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애플의 ‘시리’,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이다. 이렇게 의인화(擬人化)된 서비스나 제품은 사람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

목소리뿐 아니라 겉모습이 사람과 닮은 제품도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을 줄여줄 수 있다. 최근 미국 드폴대, 캔자스대, 미시간대 공동 연구진이 로봇 청소기 ‘룸바’ 제품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은 빙그레 웃고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룸바 청소기를 가져다 놓고 337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이때 참가자를 세 개의 집단으로 나눠서 첫 번째 그룹에는 웃는 얼굴 형태 그대로의 청소기를,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에는 각각 90도 옆으로 회전시킨 상태와 덮개를 씌운 상태로 보여줬다.

그런 다음, 참가자 전원에게 “다음 달에 가족이나 친구와 얼마나 오래 전화 통화할 예정인가”를 7점 척도로 물었다. 1은 아주 짧게, 7은 아주 길게 통화한다는 응답이었다. 분석 결과, 웃는 얼굴 모습의 청소기를 본 사람들의 답변은 평균 3.25로 조사됐다. 반면, 90도 회전된 모습의 청소기와 덮개로 덮인 청소기를 본 사람들의 답변 평균 점수는 각각 3.87, 4.15를 기록했다. 즉, 사람처럼 웃는 얼굴의 청소기를 보았던 사람들은 다른 인간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열망이 비교적 약했다. 의인화된 제품이 사용자의 외로움을 약간이나마 덜어준 것이다.

예전에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젠 인간의 형태를 가진 제품이 늘어나며 우리의 실제 인간관계는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추가 실험에서 연구진은 이런 효과가 장기적이지는 않으며, 공산품과 사람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없어진다는 것도 발견했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제품이나 의인화된 제품을 만들 때도 진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를 줄이지는 않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70530/8464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