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승차공유서비스 불허가 가져 온 나비효과 / 정구민(전자공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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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이 붐비는 퇴근 시간대에 서울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에서 강남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이 시간대에는 자가용을 몰고 가든 버스를 이용하든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든 시간은 평소보다 많이 걸린다. 오히려 국민대에서 경복궁역이나 혜화역까지 택시를 이용하고 나머지 구간을 지하철로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시작된 '복합 교통 서비스' 모습이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무빗, 시티매퍼가 유명하다. 이들 업체는 2016년부터 버스·지하철과 택시, 승차 공유 서비스를 묶는 복합 교통 서비스를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리면 예약해 둔 택시나 우버가 대기, 시간과 비용 절약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지난 4월 초에는 국내 티타임즈가 핀란드 복합 교통 서비스 '윔(Whim)'을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윔도 버스, 지하철, 택시, 우버를 연결하는 복합 교통 서비스다. 윔의 또 하나 특징은 지하철, 버스, 택시를 묶는 요금 체계다. 정액제 기반의 교통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어 우리나라 관련 업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 교통 서비스의 등장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큰 영향을 미쳤다.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역에 대기할 수 있는 택시 수는 제한될 수 있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와 접목되면서 '공급'이 넉넉해지고,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성장이 무빗, 시티매터, 윔의 복합 교통 서비스가 편리한 공유 경제 모델 가능성을 보여 줬다. 최근 서울시에서도 복합 교통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버스와 지하철이 묶여 있기 때문에 택시를 연결,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복합 교통 서비스 등장에 승차 공유 서비스의 성장이 필수라는 점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승차 공유 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승차 공유 서비스는 앞으로 자율 주행 서비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차량 공유, 택시 예약, 승차 공유 서비스 가운데 앞으로 자율 주행 서비스와 가장 가까운 서비스는 승차 공유다. 자율 주행 서비스에서 사용자는 탑승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가 차량 공유나 택시 예약에 묶여 있는 상황은 앞으로 자율 주행 서비스 진화에 큰 장벽이 된다. 최근 구글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기존의 100대에서 500대를 추가,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용한 시범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주위 차량을 배차하는 방식으로, 주문형 교통 서비스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네덜란드 앰버는 이동통신사, 정보기술(IT) 업체와 협력해 2018년부터 아인트호벤을 시작으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교통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버 승차 공유 서비스와 자율 주행 택시 서비스도 주문형 교통 서비스 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승차 공유 서비스 불허는 자율 주행 서비스 및 주문형 교통 서비스 진화에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최근 국내 관련 업체도 자율주행차를 발표하고 있지만 대규모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주문형 교통 서비스 모델이 나오지 않는 점은 무척 아쉽다. 결국 승차 공유 서비스 불허는 우리나라에서 복합 교통 서비스와 자율 주행 서비스의 발전을 늦추는 나비 효과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소형차-전기차-자율 주행-카셰어링-무선 충전으로 이어지는 도시 이동성 문제 해법에서 우리나라의 고민이 다소 늦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도심 주행 속도를 낮추고 전기차를 활성화하는 등 환경과 교통 문제 고민 및 해법이 제시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이젠 공유 경제와 승차 공유 서비스 발전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해외에서도 승차 공유 서비스와 기존의 택시 업체의 갈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토요타가 우버에 투자한 이후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자율 주행 서비스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를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승차 공유, 자율 주행 서비스 고려도 필요하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허용, 복합 교통 서비스의 실행, 자율 주행 서비스 진화의 고민을 통해 미래의 차량-교통 서비스를 이끌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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