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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주 CIO 시장 발전의 걸림돌 / 윤정선(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자산운용관련 업무의 대부분을 외부의 투자관리 전문회사에 일임형식으로 위탁하는 소위 외주 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OCIO) 사업모형이 주목받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외주 CIO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자산운용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반면 기금의 전략적 가치와는 연관성이 높지 않아 전문운용인력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용자금이 수 조원을 넘어서는 대형공적기금은 외주 CIO를 통해 자산을 운용함으로써 조직의 슬림화와 자산운용의 효율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공적기금 이외에도 대기업의 퇴직연금 등 민간분야에서의 외주 CIO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향후 외주 CIO 시장의 규모는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사업을 탐색하는 자산운용회사들에게는 큰 기회가 되고 있지만 이들이 외주 CIO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역량을 수요자의 요구에 걸맞는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은 큰 과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산운용회사들은 그동안 종목선택 등의 방법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식의 영업에 익숙해져 있다. 반면 기관투자자가 외주 CIO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률 제고가 아니라 기금의 자산배분전략 혹은 기금의 성격에 따라서는 자산부채종합관리에 이르는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자산운용회사들이 명실공히 종합적 자산관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특히 외주 CIO로 선정된 기관이 이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선정 초기 상당한 규모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외주 CIO를 선정하고 평가하는데 있어 선정된 기관이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전담운용사의 선정 방식에는 이와 같은 요인들을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빈번한 재선정 절차다. 현재 전담 혹은 주간운용사 재선정은 매 4년마다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외주 CIO가 기금의 사업에 대한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더욱이, 계약기간이 끝나면 맞춤형 시스템 보유여부와 무관한 방식으로 재선정이 이뤄져 만약 탈락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투자비용이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이와 같은 재선정 방식은 외주 CIO의 투자유인에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즉, 선정 이전에는 맞춤형 시스템을 갖추고 전담인력을 고용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일단 선정이 되고 난 이후에는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외주 CIO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산운용회사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업무를 개발함에 따라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시장으로 잠재적 시장규모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연기금 투자풀의 주간운용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에는 운용규모 수 조원을 상회하는 대형공적기금들이 독자적으로 전담운용사를 선정해 자산운용을 일임하고 있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담운용을 맡은 운용사들이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자산운용에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이는 물론 운용기관들의 투자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주 CIO의 계약기간이 짧은데다 운용경험에 기초한 맞춤형 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 등을 반영하지 않는 재선정 방식 또한 투자유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여건이 조기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운용기관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기 보다는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시장의 우군을 확보하거나 수수료율을 낮추는 전략을 통해 경쟁에 임함으로써 갓 태동하기 시작한 외주 CIO 시장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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