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인고끝에 오는 `황홀한 인생` / 이명옥(미술)겸임교수, 사비나미술관장
2004년05월27일 15:49



그저 두고만 볼 수 없는 풍광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이다.


동서양의 많은 화가 들이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때로 그들은 그 속의 정취를 내면화하는 방법으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차례,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고금의 명화를 통해 계절의 순환과 자연 의 오묘한 이치를 풀어본다.




지난 5월 자연은 인간에게 로또복권 같은 행운을 선물했다.




황금빛 햇살은 하 찮은 돌멩이와 흙마저도 보석처럼 빛내어 눈의 사치를 즐기도록 했으며 화사한 꽃들은 흑백의 일상을 황홀한 컬러의 삶으로 변모시켜 주었다.




덕분에 두꺼운 감성의 각질이 벗겨지고 부드러운 영혼의 속살이 돋아났다.




그림 같은 인생, 꿈이 된 현실을 선사한 일등 공신은 아름다운 꽃들이다.




자연 이 창조한 걸작이요, 예술품인 꽃! 사람들이 유독 꽃을 아끼는 것은 꽃은 구애 의 표시이며 인생의 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 화가 앨마 타데마 그림을 보면 꽃이 왜 사랑이요, 희망인지를 실 감할 수 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코발트빛 하늘이 수평선에서 바다와 부드럽 게 몸을 섞는 해변가. 한 여인이 대리석 벤치에 앉아 손 차양으로 햇살을 가리 며 아스라이 먼바다를 바라본다.




여인은 그리움에 흠뻑 젖은 가슴을 해풍에 말 리며 쪽빛 배를 타고 올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린다.




화가는 사랑의 예감과 갈망으로 두근거리는 여심을 색채와 구도를 빌려 관객에 게 호소한다.




하늘과 바다의 푸른색, 대리석 벤치의 흰색으로 양등분한 화면은 여인의 소망을, 분홍색 꽃나무는 타오르는 연정을 암시한다.




또 관객 눈길을 그림의 핵심인 꽃가지로 유도하기 위해 타원형 대리석 벤치가 끝나는 곳에 나무를 배치했다.




이런 치밀한 화면 연출로 여인의 팔 각도와 손짓은 대각선 방향에서 담장을 기 어오르는 휘어진 꽃가지와 닮은 꼴이 되었으며 그림은 나무처럼 강한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안간힘을 쓰며 힘겹게 담 너머로 꽃가지를 뻗치는 나무의 집념을 보라! 그리움 의 힘은 저 나무처럼 허공에도 사다리를 걸치고 장애물을 거침없이 뛰어넘는다 . 그림은 기대와 그리움이 고통을 행복으로 바꿔주는 삶의 보약임을 느끼게 한다.




인고의 세월을 거름삼아 황홀한 꽃을 피워낸 나무처럼 마음의 현을 켜고 희망 을 노래하는 여인. 부디 꿈을 잉태한 저 사랑스런 여인처럼 오늘이 아름답기를 .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ㆍ국민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