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新동력은 창조인] ‘그린 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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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의 노인이 있다. 남들은 쓰레기라 하는 것을 모아 가방과 방석처럼 쓸만한 물건으로 재창조한다. 에너지 낭비와 음식물 쓰레기 발생의 주범인 냉장고는 버린 지 오래다. 인쇄 잉크를 덜 쓰려고 명함을 줄 때마다 식물성 잉크로 직접 이름을 적는다. 마냥 괴팍하게 느껴지는 이 일상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시각 디자인계를 열어젖힌 윤호섭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다. 그는 국내 유수 광고기획사의, 시쳇말로 ‘잘 나가는’ 광고장이였다. 서울 88올림픽 디자인전문위원회를 비롯해 국내외 굵직한 행사의 디자인을 도맡았다. 시티은행과 펩시 한글 로고 디자인도 그의 작품이다. 대학에선 ‘그린 디자인(환경디자인)’이라는 과목을 국내 최초로 개설, 후학을 양성하며 스스로 그린 디자이너라는 신세계를 창조했다. 하지만 지금 윤 교수는 인사동에서 티셔츠에 그림 그려주는 할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그를 만났다. 쓰레기 창고 같은,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보물선 같은 초록 잎에 둘러싸인 작업실에서….
그렇게 환경문제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즈음, 1991년에 열린 제17회 세계 잼버리대회에서 사인을 받으러 온 한 일본 대학생을 만났어요. 제게 한국의 환경문제를 묻더군요. 왜 묻나 싶으면서도 스스로 궁금해 그 답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 ‘지구를 구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답게 냉장고를 없애는 등 생활 속 실천이 매번 이슈였죠. 누구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좀 쉬운 방법을 제안하신다면. 저는 우선 냉장고를 한 3일만 써보지 말아보라고 해요. 그게 힘들면 전력 피크타임에 15분만이라도 코드를 뽑아놔봐요. 그렇게만 해도 핵발전소를 또 짓지 않아도 됩니다. 전기가 전부 끊겨 국가가 마비되는 것보다 내가 코드 하나 뽑는 것이 낫잖아요. 부자들이 먼저 절약하고 실천해야 해요. 에어컨이 없어서 못 켜고 힘든 것과 있어도 참는 것, 그 고통은 다르니까요. - 최소한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유념하겠습니다. 핵발전소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신 것 같은데요. 지금처럼 에너지를 쓰고 핵발전소를 짓다 보면 저 아이들이 태어날 수도, 살 수도 없을 테니 말이에요. 후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 하는 것인데, 원전사고는 언젠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 전에 요인을 없애야죠. - 그린 디자이너 후배와 제자를 양성하면서 보람 느낀 일도 많으시죠. 누가 저 같은 노인에게 스스로 오겠습니까. 또 다른 편지는 학생이 책 ‘나무를 심은 사람’을 손으로 써서 보내준 거에요. 그 책을 써서 보내면 가족 수만큼 티셔츠에 나뭇잎을 그려준다고 했는데 오늘 또 왔네요. 이 책은 현재 인류가 닥친 답을 갖고 있어요. 이런 학생들에게 감동하죠. - 8월이면 또 보람있는 일을 하시죠. 녹색여름 전시 말이에요. 쓰고 버린 나무판 위에 병뚜껑을 못으로 박아 사용한 흙 먼지떨이를 보는 순간, 그 디자인과 재활용 방법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죠. 같은 지구에 살면서 공존하려면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거에요. - 그 긴 시간, 남다른 인식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도 그렇습니다. 주변을 보세요. 관심만 가지면 ‘나를 봐달라’고 모든 사물이 손을 흔듭니다. 지속적으로 생각하면 넝쿨처럼 아이디어가 이어지고 당기면 실현됩니다. 창조는요, 결국 좋은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 원문 보기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6939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