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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강대국 눈치 보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 윤경우 대외협력부총장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20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세계는 미국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의 외교정책 방향은 그가 대선과정에서 내세운 공약과 사업가로서 보였던 과거 행태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가 강조한 공약은 크게 볼 때 하나다. ‘미국 우선주의’다. 어떤 경우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목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기간 공약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낮고, 설사 반영되더라도 실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를 유권자들이 지지하고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트럼프의 미국이 앞으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고삐를 강화할 것은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기존의 국제질서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최근 트럼프는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마저 폐기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역정책 등과 연계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거래에 능통하고 현실감각이 뛰어난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가 앞으로 있을 협상을 대비하여 중국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최근 트럼프는 친(親)러시아 행보를 하고 있다.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지만, 1970년대 미국이 중국을 국제무대로 끌어내 소련과 경쟁하도록 했던 것처럼 러시아를 중국 견제에 활용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트럼프가 적어도 중국의 부상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상황에서 가장 난처하고 어려운 형국에 빠질 국가는 한국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어떤 이념이나 가치보다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미국의 이익을 위한 거래에 활용할 카드로 여기고 있는 그에게는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FTA, 북핵 등도 손익계산의 대상이다. 그에 대응하는 한국도 협상과 거래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달라진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이제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역할이다.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협력의 질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국이 능동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한반도 문제만큼은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자주적 외교·안보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국제적인 협상에서 어떤 국가든 상대국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을 선호한다. 강대국들의 눈치만 보며 수동적으로 끌려가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 한·미 동맹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한국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주도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선제적으로 담론과 기류를 주도하면서 협상력을 높일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2017년 한국의 숙제는 역동적으로 변화할 국제무대에서 협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윤경우 국민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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