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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4차산업혁명, `디자인 파워` 키워야 / 안진호(대학원 경영학과) 겸임교수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디자인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변화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형태를 만드는 포장의 기술과 수단이었고, 이제는 사람들을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든 과정까지 포함하는 변화하고 진보했다. 최근 디자인경영을 중심으로 디자인 사고, 서비스 디자인, 사용자 경험디자인 등의 경향을 보고 있으면, 전세계가 관심과 심혈을 기울이는 '4차산업혁명'의 사상과 발전방향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요즘 경제와 산업을 다루는 언론기사에서 대한민국 미래먹거리를 말할 때 공식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4차산업혁명'이다. 이와 관련해 수많은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숙련된 노동력이 필요로 하는 곳은 줄어들고, 기계로 대체된다고 한다. 숙련된 노동력에는 육체적 노동력뿐 아니라, 지식적 노동력도 포함된다. 이해력, 기억력, 지성적 의미의 '지식(knowledge)'이라는 것이 현명, 총명, 분별력이라는 '지혜(wisdom)'에게 가치의 원천자리를 내어준다. 이는 기계가 학습하지 못하는 고도의 '지혜(wisdom)'만이 인류가 가진 최대 경쟁력이라는 의미가 된다. 미래는 어떠한 문제나 이론에서 예측할 수 있는 분석적 사고(analysis)방식이 아닌, 종합적 사고(synthesis)방식이 필요한 시대다. 앞으로는 직관력, 통찰력, 감성을 가진 사람들, 즉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만이 기계보다는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술, 지식, 제품과 연계하고 융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시대다. 이는 새롭고, 다양한 개체를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연계하는 '연결성 (Connectivity)'과 산업, 문화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각인 '창의성 (Creativity)' 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프트파워' 시대, '4차산업혁명'의 한가운데에 '디자인'이 있다.

디자인 관점에서 산업혁명을 바라본다면, '1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상업미술로서 상품의 제조공정에서 독립성을 확보하게 됐고, 산업적 요구와 필요에 따라서 디자인의 분야별 전문성을 확보했다. 또한 컴퓨터의 진화로 '디자인행위'의 세련됨과 '디자인결과'의 신속한 적용이 가능해졌다. 우리나라 국가성장 전략도 '3차 산업혁명'까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방식의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었다. 여기서 디자인의 역할은 만들어진 제품의 포장수단과 기술로서 중요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전신도 한국디자인포장센터였다. 최대한 많은 제품의 포장을 지원하기 위해 디자인의 양적 성장이 중요했고, 관련 교육 및 산업적 요구사항은 질적 성장보다는 디자이너를 양산해내는 구조였다. 디자인 정책도 다양한 산업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집중적으로 추진되지 못했고, 할당된 예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양산정책이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필요한 디자이너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Specialist)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디자인 산업구조는 일반적 디자이너를 양산하는 구조가 강하다. 전문디자이너들은 대부분 대기업 디자인센터의 내부 디자이너이거나, 대기업과 직접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일부 디자인기업에 한정돼 있는 디자인의 '양극화'다.

'4차산업혁명'의 최대 문제로 '양극화'를 꼽는다. 디자인산업도 이 문제를 극복하는 상생의 대안이 필요하다. 대기업 디자인센터의 고급정보 공유와 비즈니스 기회를 디자인전문기업에 제공하고, 반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전문성을 디자인전문기업은 대기업에 제공하는 '디자인 공유경제'를 구상하고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제품의 포장 수단과 기술이라는 1차원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근원적 경쟁력 차원, 비즈니스 차원의 핵심경쟁력으로 자리잡게 됐다. 디자인은 독자적인 하나의 자원, 하나의 역량, 하나의 혁신으로 여기게 될 것이고, 인간·환경·기술·사회를 연결하는 역할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게 될 것이다. 디자인은 과학기술 및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산업의 핵심적 활동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개별 맞춤형 상품을 대량 생산 단가로 제조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자인 파워가 미래 경쟁력을 이끄는 시대가 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고, 디자인의 역할은 정의되지 않았다. 디자인이 기존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판도를 바꾸고, 주도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서 산업적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의 산업 구조의 변화는 향후 디자인 고유의 역량과 특징에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에, 적절한 준비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R&D와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디자인의 융합과 혁신의 방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르는 기술적 진보나 방향의 변천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디자인 스스로 역할과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고, 새로운 분야와 단순 결합이 아닌, 서로 다른 분야와의 경계 없이 하나의 틀에 재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에서 제시한 산업적 대응을 위해 현재 디자인의 교육과 정책의 체계 모두를 바꿀 필요는 없다. 기존의 디자인 교육과 정책에서 창조하는 방법과 융합의 방향성만 제대로 제시된다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제, 산업적 관점에서 지금의 패스트 팔로어를 지원하는 디자인산업 정책과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준비하는 '디자인산업의 2트랙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현안적 차원에서 기존 제조업 중심의 성장 동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의 강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디자인의 역할과 인식을 확장'하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원문보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1160210225160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