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일터삶터] 노벨상과 올림픽 / 이기광(체육학부) 교수

4년마다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 끝나고 한 달쯤 지난 뒤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그 때마다 우리나라 언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나 칼럼이 있다. '일본은 노벨 과학상을 매년 받는데, 왜 우리는 아직 단 한 개도 못 받고 있는가?' '국가에서 기초 과학 연구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더 투자해야 올림픽 금메달을 따듯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가?' 등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 대부분을 요약하자면,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에서 기초과학 분야에 더 많은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더 많은 금메달을 따기 위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몇 개의 종목을 선택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엘리트 선수 몇 명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투자하자는 주장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국가별 올림픽 메달 성적과 노벨과학상 수상 실적과 관계가 있을까?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국가별로 획득한 메달 수와 관련이 있는 변인들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니, 메달 숫자는 인구 규모, 1인당 국민소득,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 규모 등과는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은 반면에, 오히려 각 나라들의 과학기술 수준(노벨 과학상 수상자 수나 저명한 과학학술지에 실린 논문 수 등)과는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가장 많이 딴 국가들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순서는 놀랍게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 순위와 똑같다. 이러한 관계에 있어서 예외인 국가가 몇 개 있는데,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일본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올림픽 성적에 비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적은 국가이며, 반대로 일본은 올림픽 성적에 비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월등히 많은 나라이다. 특히, 2000년 이후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스포츠선진국들에 비해 메달 획득이 비교적 용이한 몇몇 종목에서 소수의 엘리트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좋은 결과를 얻거나, 백년 만에 한번 나올까하는 천재 선수 한두 명의 개인적인 성과로 얻은 메달로 인해 올림픽 성적은 뛰어난 편이지만, 이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 노벨 과학상 분야에서는 여전히 이웃인 일본을 부러워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미국의 명문대학인 스탠포드대학과 UC 버클리 재학생 과 졸업생이 딴 메달은 모두 48개로 이를 국가 순위로 매긴다면 세계 5위에 해당한다. 흥미롭게도 이 두 대학에서 받은 노벨 과학상 역시 과거 몇 십년간 수십 개에 이른다. 과거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역시 사이클과 요트에서 다수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물리학상과 화학상 등 올해 유독 수상자가 많은 영국의 경우 그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 모두 재학생들에게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 참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장려하는 소규모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점이다. 또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해 일본의 3년 연속 노벨 과학상 수상을 가능하게 만든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의 모교인 후쿠오카 공립고교 역시 운동부로 유명한 학교라는 점이 흥미롭다. 여자 럭비부를 포함한 총 19개의 운동부와 요시노리 교수가 활동했던 화학부를 비롯한 22개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학교로, 학생들에게 학업뿐만 아니라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하루에 열 시간 이상씩 공부만 강요받는 일반 학생들과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시간까지 운동만 강요받는 학생 선수들이 함께 존재하는 우리의 교육 환경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많이 따고, 언젠가 노벨과학상을 한명쯤 받는다고 우리가 진정으로 스포츠강국, 과학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포츠와 과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열쇠는 '교육'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학과 교수

 

원문보기 :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102010111887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