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저는 그냥 공무원이 꿈입니다 / 하정우(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얼마 전 늦은 저녁시간 엘리베이터에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같이 타게 됐다. 평소 낮 익은 아이라 습관적으로 눈 인사를 하고 ‘어디 다녀오냐’는 물음에 아이는 "학원에서 온다"고 했다. 나는 너는 꿈이 뭐니? 하고 물으니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저는 그냥 공무원이 꿈이에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무슨 공무원이냐고 다시 물었다. 아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냥 공무원이요"라는 대답을 마지막으로 각자 집으로 향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 꿈이 공무원이었다. ‘그냥 공무원’ 영혼 없는 ‘그냥’이라는 단어에 잔상이 남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보면 많은 학생들이 준비하고 선호하는 목표로 공무원을 꿈꾼다. 또는 공무원에 준하는 공공기관에 시험을 응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른바 ‘공시족’인 이들은 인생 최고의 목표로 공무원이나 공무원에 준하는 직업군에 속하고 싶어 한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이 공직(公職)이다. 직업안정성과 정년보장성이 선호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인 듯하다. 또한, 육체적 노동이 적고 확실한 신분보장과 공직자 복지제도가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실력 있고 유망한 학생들이 본인의 꿈을 좀 더 깊고 능력을 발전시킬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자기 꿈을 공무원이라고 말하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인간에게 꿈이라는 것은 꼭 직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떤 생각과 가치로 살며, 무엇을 최종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어야 하는데 삶의 가치와 직업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삶의 대한 자세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지를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남들보다 봉사정신과 이타심이 많은 사람들이 공직에 뜻을 가지고 청렴한 봉사동기로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거창한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은 얼마든지 환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조금 편하고자 또는 안정적이며 조직에 순응하는 존재감 미약한 사람들이 대민 봉사라는 미명아래 공직에 진출하고 무사안일한 자세로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할 경우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높은 학구열과 실력으로 교과목 학업 성취 수준은 OECD에서 언제나 톱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창의적인 욕구를 멀리하고 현실에 도전하려는 생각과는 달리 공무원을 최고의 꿈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에 미래는 밝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공직에 대한 열망이 높지만 우리와 다른 점은 대학가 마다 신생 산업군과 창업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젊은 학생들이 창업카페를 만들어 새로운 신제품으로 전 세계에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젊은이들이 즐비하단다. 성공이라는 목표와 도전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이 세운 직장에 사람들이 다니게 한다는 당찬 포부가 놀랍다. 새로운 제품과 콘텐츠로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그들이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는 저마다 저성장, 청년실업, 양극화, 비정규직, 등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걸림돌에 모두들 억울해 하며 분노하고 있다. 이것은 젊은 청년들 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억울함과 분노는 점점 낮은 연령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 꿈이 영혼 없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는 세상이다. 필자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대학생 창업에 꾸준한 지원정책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에 단기적 1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특성화 고등학교와 직업전문학교에도 필요하다면 창업지원제도가 수혈돼야 한다.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창업을 통해 직장을 만드는 것이 국가 실업률 극복에 도움이 된다. 둘째,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획일성과 서열화 된 평가에서 비롯되는 다양성 함몰이 창의성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진로체험과 진로고민은 선진국처럼 중·고등학교에서 마무리하고 사회에 나와야 한다. 대학은 진로고민이 끝난 이후 전문지식이 준비되는 과정으로 선택해도 늦지 않다. 이젠 대학보다 기술이다. 기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길잡이를 학생들에게 안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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