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이원덕] 아베의 거침없는 정상외교 / 이원덕(국제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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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외교 일정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빡빡하다. 아베는 지난 11월 17일 뉴욕으로 날아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전격적인 회담을 갖고 세계 지도자 중 가장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그것이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트럼프 시대의 리스크에 대비하고 대미 외교를 관리하기 위한 포석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내년 1월 20일 취임 예정인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1월 27일 아베 총리는 재차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일본이 염원해 왔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고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아베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를 만나 대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동맹을 더욱 확고한 것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최대 관심사인 쿠릴 4개섬 영유권 문제 및 이와 관계있는 평화조약 체결 문제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양국은 2차대전 이후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이 2차대전 이후 러시아에 귀속된 쿠릴 4개섬 반환을 평화조약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러시아는 쿠릴 4개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 북방영토 귀속 여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지만 공동 경제활동 실현을 위한 실무협의 개시와 북방영토에서 추방된 1만7000명에 이르는 전 주민을 포함한 일본인의 북방영토 자유 왕래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아베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협을 통해 북방영토 문제 진전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했으며 쿠릴 4개섬에서의 공동 경제활동에 대해 평화조약의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적극 평가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푸틴에게 대규모 경제협력만 주고 영토 문제는 아무런 언급조차 못 얻어낸 푸틴의 ‘먹튀 외교’에 당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잘나가던 아베 총리가 푸틴의 역풍을 맞아 내각 지지율은 5.9% 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이에 아베는 내년 빠른 시기에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정상회담을 열 것을 공언하며 북방 4개섬을 ‘대립의 섬’이 아닌 ‘공존의 섬’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내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회의에 참석할 일정이 이미 잡혀 있지만 그 전에 다시 러시아 방문을 추진해 푸틴과의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국정조사와 특검,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긴박하게 펼쳐지고 있는 주변국의 광폭 외교 행보와 그 파장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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