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공동성명도, 공동기자회견도 없이 막을 내렸다.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회담 전후에 전개된 상황과 양국 지도자와 주요 관료들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실패로 단정 짓기엔 시기상조다. 트럼프의 특별한 성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트럼프는 타고난 ‘타짜’다. 그는 판을 벌이고, 키우며, 끌어가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선제공격을 강하게 날리고 상대방의 반격에 대해 거칠게 받아쳐 기선을 제압하고, 처음부터 과감한 베팅으로 판을 흔들어 자신에게 좋은 조건으로 유인하며 끌어가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는 유세 당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 불공정무역, 중국상품 고율 관세부과 등을 거론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당선 후에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깰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게임에 끌어들여 판을 벌이고 자신의 방식에 말려들도록 하기 위해 가장 예민한 부분을 자극한 것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항에는 거세게 되받아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은 대만 등 핵심이익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미국 투자를 확대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린다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 실현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취임 직후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를 중국과 이익 거래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활용했던 것이다.
이후 트럼프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 이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중국이 도와주면 그 대가로 우호적으로 무역협상을 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으며, 비(非)시장경제 지위 변경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제안했다. 정상회담 직전에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면 미국은 독자 행동할 것이며 선제 타격도 불사함을 시사했고, 회담 첫날에는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듯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그 결과 트럼프는 중국과 100일 안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뚜렷하게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대북 군사행동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 한반도 전운을 최고로 고조시키며 중국을 압박하여 더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엄포(bluffing)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미·중 정상회담의 내용과 결과가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된다. 특히 북한에 속내가 알려지게 되면 효과가 약해진다. 트럼프의 특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지렛대(leverage)로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미·중 간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며, 트럼프가 주장해온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력들은 아직 철회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있는 과제이다. 양국이 경제와 안보를 일부분씩 주고받으며 거래를 한다면 북한문제는 트럼프에게는 하나의 카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맨에서 정치인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협상과 거래의 달인 트럼프가 두려워진다.
윤경우 국민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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