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기금형` 퇴직연금제에 거는 기대 / 윤정선(경영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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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5년 12월 도입된 제도로서 국민·퇴직·개인연금제도로 구성된 노후소득보장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는 근로자들의 노후소득확보를 위해 퇴직연금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실제로 퇴직연금제도는 2016년 6월 가입자수를 기준으로 가입률 53.5%(619만명), 적립금은 130조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제도의 운영실태를 보면 개선돼야 할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현재까지 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와 금융회사 간 계약을 통하여 적립금의 운용관리, 자산관리를 사업자에 위탁하는 '계약형' 제도로 운영돼 왔다. 계약형 제도하에서는 사용자와 금융회사 간에 위탁계약이 이뤄짐으로써 노사를 합리적으로 대변하는 제도운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의 실상을 상세히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9.7%에 달하고 있으나 10~299인 사업장 44.8%, 10인 미만 사업장은 12.1%에 그쳐 대기업-중소기업간 도입률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립금의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돼 자산배분을 통한 합리적 수익률 확보라는 중장기 자산운용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2016년 6월 기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는 적립금의 비중은 DB형의 97%, DC형의 79%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적립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은퇴 후 생활자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퇴직연금의 취지에 걸맞지 않은 자산운용행태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퇴직연금제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2016년 8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기금형 제도는 사외에 독립된 퇴직연금 기금을 설립해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기금은 수탁받은 적립금을 자산운용회사 등에 위탁하거나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계약형의 지배구조와 차별화를 도모했다. 이와 같은 지배구조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기금의 적립금을 기금이 고용한 전문가가 직접 운용하거나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운용함으로써 자산운용의 전문성 제고 및 운용 성과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운용 성과의 개선은 퇴직부채의 적립수준을 제고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퇴직부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기금 운영위원회의 투명한 지배구조하에서 노·사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하는 연금 관리·운용이 가능해진다. 기업이 지급을 책임지는 DB(확정급여형)형 퇴직연금이라 해도 근로자가 직접 그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균형 잡힌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개정안에서는 연합형 기금의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영세기업들도 기금의 공동 설립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연합형 기금 설립을 통해 과거에는 퇴직연금에 가입하기 어려웠던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까지 기업들은 퇴직연금의 운용에 있어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자산배분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기보다는 투자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대신 1%대의 낮은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의존해왔다. 이와 같은 관행이 지속된다면 저조한 투자수익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퇴직부채의 추가적 재무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기금형 제도는 저금리, 저성장 환경 하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운용전략을 개선함으로써 퇴직부채의 추가적 재무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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