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재발 막으려면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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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반도 상황은 매우 어렵다. 필자가 한반도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 35년이 지났지만 지금만큼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다. 외신들은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몇 년마다 시끄럽게 보도하지만 이번에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도 정말로 있다고 생각된다.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김정은 정권의 상충되는 전략적 목표다. 그들의 충돌은 한반도 전쟁 발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대외정책의 기본 과제라고 생각한다. 목적 달성을 위해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주로 제재와 압력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의 경험이 보여주듯 제재도 협상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회담이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북한 엘리트 계층이 핵을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근의 역사적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악의 축’ 국가로 지목됐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미국 침공으로 타도되고 후세인은 사형당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교훈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참한 말로다. 2003~2004년에 카다피는 경제적 보상을 받는 대가로 핵 개발을 포기했다. 그러나 2011년 리비아에서 혁명이 터졌을 때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간섭과 압력에 저항할 군사력이 없었다. 결국 혁명세력 진압에 공군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북한은 카다피가 핵 개발에 성공했다면 외국의 압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혁명을 진압해 여전히 정권을 유지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국제사회가 북한에 기대하는 것은 15년 전 카다피가 했던 것과 똑같다. 물론 북한은 카다피와 후세인의 최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타협을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제재에 대한 희망도 별로 없다. 단기적으로 제재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것은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북핵을 환영하지 않지만 북한의 국내 안전 유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은 북한 내에서 혼란과 내전이 생기는 것을 북핵보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중국은 서울 주도의 흡수통일을 원하지도 않는다. 한편으로 만약 중국이 강한 제재를 할 경우에도 비핵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엄격한 제재로 북한에 경제위기나 기근이 발생하더라도 고생할 사람들은 세습 엘리트 계층보다 주로 서민들이다. 북한 지도부는 핵무기 유지가 정권 생존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희생에도 정권붕괴를 야기할 만한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력은 조만간 별 성과 없이 끝날 것이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이 양보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기술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ICBM을 몇 년 내, 즉 트럼프 임기 내에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이 러시아·중국에 이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세 번째 나라가 될 것이다. 물론 미국 대통령이라면 이 위협을 무시할 수 없지만 북핵 문제를 제일 중요한 과제로 정의하고, 특히 자신감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그럴 것이다. 북한 ICBM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트럼프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선제공격을 받는다면 보복조치로 남한 수도권이나 미군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위기는 제2차 한국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문재인 신정부는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북한이 일시적으로라도 ICBM 개발을 멈추게, 그리고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이 남한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선제공격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선제공격을 반대하는 동시에 한미동맹을 위협할 수 있는 행보를 취해서도 안 된다.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실패할 경우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따라서 전력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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