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월요논단]한국 자동차 산업이 살길 / 조용석(자동차공학과) 교수

글로벌 신차 시장은 매년 2~3% 성장세를 보이는데 반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요즘 들어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2016년에는 전년에 비해 생산량이 43만대 감소하면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에서 6위로 추락했다. 2016년 수출량은 전년 대비 9.0% 감소하면서 불과 257만대의 실적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예년과 비교하면 어김없는 하락세다. 반면에 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은 2811만여대로 미국과의 격차를 더 벌렸고, 차량 등록 대수가 1억7000만대를 돌파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우리와 지근거리에 있는 이 큰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문제,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 복합 요인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7% 하락하면서 관련 부품 업체와 산업 전반 또한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8.6% 하락하면서 완성차 및 부품 업체 전반에 걸쳐 경쟁력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자국민의 취업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금까지 맺어 온 국가별 협약을 재협상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폐기는 국산 자동차 및 부품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은 이러한 대외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기술 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전력투구해야 할 상황인 데도 내수 시장 감소, 자동차 업계 파업, 통상임금 문제 등으로 인해 기초 체력이 부족해지면서 경쟁력 약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산업연구원이 예측한 대로 국산 자동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15년 5.2%에서 2025년 3.8%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의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짙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지만 고용의 11.8%, 총 수출의 13.4%, 제조업 생산의 13.6%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미칠 것이다. 

한 예로 지난 2009년 미국 자동차업계의 대표 주자인 제너럴모터스(GM)가 경영 부실로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미국 정부는 495억달러(약 55조7000억원)란 천문학 규모의 공공 자금을 투입해서 GM을 회생시키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런 공공 자금은 미국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도 처할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국가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자동차 업체의 뼈를 깎는 노력과 노사 간 상생 협력,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야만 한다.

이제는 다툼을 자제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 함께 손을 잡고 뛰어야 할 때다. 내 입장만 주장할 게 아니라 나와 다른 남을 돌아보고, 산업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게 결국 함께 가는 길이고, 더욱 안전하게 멀리 가는 길임을 잊으면 안 된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참에 통상임금, 파업 등 내수 갈등에 따른 대책을 우선 마련하는데 힘써 주길 바란다. 

조용석 한국자동차공학회장(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교수) yscho@kookmin.ac.kr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70908000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