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경제시평-이은형] 미투 대응과 기업 평판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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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여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시작한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MeToo Movement)’이 분야와 국경을 넘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밀라노의 고발에 여배우, 여대생, 여성 직장인 등이 동참해 하루 만에 50만건의 트윗을 기록했으며 이후 미국 정계, 스포츠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영국 정계를 강타하고 스웨덴 등 유럽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미투 행진’이 일어나고 있으며 남성들의 반성 캠페인 ‘내가 그랬다’(#IDid)도 번지고 있다.
미투 캠페인의 의미는 그 내용보다 당사자에게 ‘드러낼 용기’를 준다는 데 있다. 사실 그 내용과 상황은 분야와 나라를 막론하고 너무 익숙해서 절망적인 느낌을 준다. 영국노동조합회의 (TUC·Trades Union Congres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33명의 여성 중 52%가 지난해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그중 80%가 ‘보고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성폭력 사건의 특징은 피해자가 침묵 속에서 홀로 고통을 감내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피해자가 권력관계의 약자이며 폭로할 경우 조직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투 캠페인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시작된 운동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또는 리스크 전문가들은 미투 캠페인이 기업의 명성 자원(Brand Reputation)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시대에 기업의 명성 자원은 가장 관리하기 까다로운 무형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그릇된 행동, 그리고 조직의 잘못된 대응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고 이는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에 치명타를 입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문단과 영화계에서 성폭력 사례가 드러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호식이치킨, 성심병원, 현대캐피탈, 한샘 등 기업에서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성폭력 사건의 특징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유사한 문제, 또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도로시 크렌쇼는 고객 데이터를 해킹당하는 것, 고객 불만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것, 그리고 독소를 가진 기업문화, 이 세 가지가 명성 자원에 가장 위협이 된다고 설명한다. 독소를 가진 기업문화란 비윤리적,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회사 대응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회사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 직원들에게 ‘큰 잘못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특히 성폭력 사건에 대해 둔감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따돌리거나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등 보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는 경영진’에서 더욱 심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세계적으로 번지는 ‘미투 캠페인’을 남의 일이라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자신이 경영하는 조직에 성폭력 관련 예방 조치나 사건 담당 부서 및 처리 절차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관리자와 직원에 대한 교육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반드시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조직 내에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있을 수 있음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공정한 마음으로 살펴볼 것을 권한다. 만약 드러나면 덮으려 하지 말고 진상 조사와 원칙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와 보복이 가해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도덕률, 조직 내부의 치부를 숨기려는 체면 등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기업이 관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무형 자원인 명성에 치명적인 훼손이 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