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북 회담 성공 · 실패의 우리식 판별법 / 권혁철(정치대학원) 겸인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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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교수가 말하는 미북회담 합의 성공·실패 판별 6가지 기준
①북한의 NPT, IAEA 즉각 복귀 명문화됐나 ⑤평화협정,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CVID이후 논의토록 합의됐나
12일 북·미간 정상회담이 드디어 개최된다. 비핵화 청사진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Pandora Box)가 열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수락한지 3개월만이다. 이번 회담은 30년 북핵문제 역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인 동시에 1972년 핵확산금지조약체제 (NPT) 이후 핵 개발에 성공한 국가를 비핵화 시키려는 최초의 정상회담이다. 그런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직접 당사국인 우리에게는 ‘핵 없는 평화’를 누릴 것인지, 아니면 ‘핵의 인질’이 될 것인지를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1989년부터 시작된 북핵 문제는 그동안 두 번에 거쳐 해결의 기회를 맞이했었다. 첫 번째는 1994년 미·북 간 제네바 합의였고, 두 번째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추진되었던 9.19 비핵화공동선언이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 할 진정한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세 번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뜻하지 않은 기회의 창이다. 사실상 이번이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기회이다. 이 기회가 사라지면 우리는 핵무기라는 괴물과 암 덩어리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언젠가 괴물의 공격이 시작되고 암세포가 한반도 전체에 전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우리가 회담의 성공을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의지이다.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의 지도자들은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2∼3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비핵화가 완결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가진다면 싱가포르 회담의 성공은 물론 2∼3년 내에 실질적인 비핵화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사실 지금 북한의 경우를 보면 핵을 내려놓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미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를 기대하며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 등 거의 모든 것을 들어 줄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심지어 ’대동강의 기적‘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까지 할 정도이다. 여기에 한국정부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깊은 신뢰를 쌓았고 북한체제의 안전을 이중 삼중으로 보장하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선으로 맞닿아 있다. 아무리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도 이런 북한을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지 않는 한 이보다 안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만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심을 가지고 회담에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국민들의 기대치도 적지 않다. 최근의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신뢰할만하다고 한 응답한 사람이 58.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을 냉철하게 보면 결코 그 전망이 녹록치 않다.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의 가능성에 매우 부정적이다. 최근 미국 국민들의 20%만이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어떤 조사에서는 설문에 응한 미국 전문가 30명 전원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은 우리 기대와는 달리 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닌 핵 군축을 흥정하려는 의도가 감지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에 가까운 ‘깜짝 놀랄만한 핵 감축’을 제안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다. 그것은 핵능력의 일부를 완벽히 숨긴 채 ‘그 외의 모든 핵능력과 미국이 원하는 ICBM을 폐기 하겠다는 것’을 미국에 대범하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 의도를 잘 알지 못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미국이 원하는 CVID이고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미국이 김정은의 이러한 대범한 제안을 의도적으로, 또는 감쪽같이 속아서 이번 회담에서 실제로 합의를 하게 된다면 양국 모두에게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닌 가짜 CVID이고 비핵화가 아닌 사실상의 핵군축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국이 북한 핵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것과 다름이 없고 그로 인해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짜 CVID임에도 진짜 CVID에 드는 비용까지 떠안게 된다면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어떤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의 관점과 국익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이번 회담을 냉철하게 평가해야 하며 대내외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우리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여부를 판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진정한 비핵화는 비확산체제에 가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므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즉각 복귀하고 IAEA와의 핵안전조치협정(Safeguards Agreement)체결을 약속하는 동시에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등에 지체 없이 가입할 것이라는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CWC 가입은 북한의 화학무기를 폐기하는데 필수적이므로 반드시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 둘째, 정직한 신고와 엄격한 사찰 및 검증이 동반되지 않는 어떤 합의도 무의미하므로 이번회담에서는 고농축우라늄과 수소폭탄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 및 핵물질들을 빠짐없이 가장 빠른 기일 내에 신고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 아울러 IAEA 요원들이 충분히 사찰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과 지역에 특별사찰(Special Inspection)을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북한이 가짜 CVID를 위해 숨겨놨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는 집중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 셋째, 미국과 북한은 이번회담의 목표인 CVID를 합의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CVID라는 용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로 인해 북한은 CVID를 원치 않는 것으로 의심을 받아 왔다. 그러므로 그러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CVID를 수용한 사실을 회담결과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미국은 미래의 핵능력을 불가역적으로 없애기 위해 최근 미국이 제시한 12개의 이란 핵문제의 재협상 조건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고 북한은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진정한 CVID라고 인정할 수 있다. 넷째, 비핵화 유도에 가장 큰 지렛대인 대북제재 해제는 북한이 핵심적인 비핵화 조치를 모두 완료한 후에 이루어진다는 원칙을 합의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해야 한다. 또 비핵화 완료 시기를 명시하고 명백한 타임라인(timeline)을 제시해야 한다. 정상회담이라는 이유로 또는 차후 정상회담 또는 실무회담에서 다룰 것이라는 이유로 불분명하게 기술하거나 누락시킨다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 이번 회담에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는 평화협정과 주한미군과 관련된 것들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가 없는 불가역적인 조치들이기 때문에 한국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고 CVID의 끝자락이나 종료된 이후에 하는 것으로 합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기 위한 안전장치로 스냅 백(snap back·합의 불이행시 제재 재개) 조항을 포함시키고 핵탄두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과 같은 보여주기식의 퍼포먼스는 판단을 흐리게 하므로 가급적 하지 말았으면 한다. 끝으로 내일 개최되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또 한 번 세간의 예측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하여 ‘진정한 비핵화’가 이루어지는 쾌거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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