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유일한 사각형 헤드램프…`맥가이버 지프` 기억하세요 / 구상(자동차ㆍ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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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시대다. 미국 지프(Jeep)가 1980년대 처음 SUV 시장을 개척한 뒤 대중 브랜드는 물론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까지 모두 SUV를 내놓고 있다. SUV는 `Sports Utility Vehicle`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지형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주행성능과 공간 활용성을 갖춘 차량이다. 길이 없는 야지(野地)를 주행하기 위한 사륜구동 차량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SUV들은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위한 차량이기보다는 도시형 차량으로 변했다. 또 승용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이처럼 요즘 SUV는 `소프트코어(Softcore)`를 추구하지만 `하드코어(Hardcore)` 사륜구동 차량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오프로더(off-roader)도 있다. 대표 모델은 지프 랭글러,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랜드로버 디펜더다. ◆ 지프 랭글러
사륜구동 SUV의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조는 지프다. 전술 차량으로 개발된 포드 GP-W와 윌리스 MB가 전쟁 이후 민간용 지프(Civilian Jeep)로 개발되면서 사륜구동 SUV 역사가 시작됐다. 지프 브랜드는 오리지널 지프의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모델에 `랭글러`라는 이름을 붙여 내놓고 있다. 처음 등장한 민간용 지프 CJ-2A는 군용 지프의 차체를 카키색으로 칠하지 않은 정도의 모습에 불과했다. 앞 유리창도 군용 지프처럼 두 장으로 나뉜 구조를 채택했다. 초기 CJ-2와 CJ-5 모델은 군용 지프와 거의 같은 구조로 단순하고 소박한 인상을 지녔다. 둥근 헤드램프와 수직 슬롯(slot) 형태 라디에이터 그릴도 동일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1987년에 나온 YJ 랭글러에서는 지프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각형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YJ는 국내에서 `맥가이버 지프`로 알려졌다. 1990년대 인기 미국 TV 시리즈 `맥가이버`에서 주인공이 타고 나왔기 때문이다. 랭글러는 1997년에 나온 TJ에서 다시 원형 램프로 돌아갔다. 또 이때부터 지프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원형 헤드램프와 일곱 개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게 된다. YJ와 TJ는 각각 풀 모델 체인지 개념의 변화를 거쳤지만, 차체의 기본 구조는 거의 유사했다. 2007년에 나온 JK 모델에서도 원형 헤드램프는 그대로 유지된다. 6세대 모델로 등장한 2018년형 모델인 JL에서는 전면 인상을 좀 더 오리지널 지프에 가깝게 디자인했다. 일곱 개의 라디에이터 그릴 중 좌우 바깥쪽 그릴이 헤드램프의 원형과 겹쳐지는 형태로 디자인한 게 대표적이다. 초기 CJ 모델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으로 다듬은 디테일이다. 지프 랭글러는 민간용 CJ가 등장한 1946년부터 72년 동안 디자인이 조금씩 진화했다. 그러나 사륜구동 차량으로 처음 개발됐던 당시의 하드코어 이미지는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벤츠 G-클래스는 1979년 처음으로 등장했지만 원조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독일군용으로 설계한 퀴벨 바겐(Kubel wagen)이다. 벤츠 G-클래스는 1979년 출시 이후 39년 동안 기본적인 차체 디자인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성능과 승차감은 꾸준히 개선됐다. 벤츠는 "G-클래스 디자인은 수백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악어를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초기 G-클래스도 당시 유행을 선도하는 최신형 디자인을 반영하지 않았다. 미국 지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개발된 디자인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벤츠 G-클래스 역시 처음 개발된 1940년대 구조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타임캡슐` 같은 셈이다. 세부적인 형태가 변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구조는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형태를 바꾸지 않는 것은 기술적인 철학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철학이 확고하지 않다면 시류에 따라 디자인 형태도 변할 수밖에 없다. 차량 생산량이 적은 것도 형태 유지에 한몫했다. 자동차는 수만 개 부품이 모여 완성되며, 각각의 부품들은 다시 수많은 세부 부품들로 구성된다. 세부 부품들은 금형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부품 재질이나 형상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개 금형은 2만~10만개 부품을 만들면 수명이 다한다. 덩달아 새로운 금형을 개발하게 되고 주기적인 모델 변경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1년에 수만 대 이상 팔리는 차들은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낡은 금형을 새로 만들면서 모양도 바꿀 수 있다. 이와 달리 G-클래스는 그 정도로 판매되는 대량 생산 모델이 아니기에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형태는 유지했지만 안전성, 주행성능, 편의성 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은 끊임없이 이뤄졌다. 올 3분기 국내 출시 예정인 신형 G-클래스도 기존 모델보다 53㎜ 더 길어지고 121㎜ 더 넓어졌지만, 39년 전에 나온 1세대 모델과 나란히 있으면 얼핏 봐서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실내는 변화무쌍하다. 외관은 전통과 정통을 고수하는 대신 실내에는 최신 디자인과 신기술을 적극 반영했기 때문이다. 뉴 G-클래스에 장착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은 변화의 정점에 있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하나의 글라스 커버를 공유해 한 몸이 됐다. ◆ 랜드로버 디펜더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아 존재 여부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지만 디펜더는 랜드로버 역사 그 자체다. 디펜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남겨놓고 간 지프의 뼈대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영국에서 지프 뼈대에다 전쟁 여파로 부족해진 철을 대신해 구하기 쉬웠던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차가 디펜더다. 최초의 국산차 `시발(始發)`과 시작은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시발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랜드로버는 70년 가까이 생존했다. 디펜더는 영화를 통해 유명해졌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삼은 영화에서 영국 귀족이나 신사가 디펜더를 타고 대평원을 누비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이를 통해 디펜더는 야성미와 귀족적 이미지를 모두 가진 차로 인식됐다. 디펜더 헤드램프는 기하학적 원과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됐다. 이런 특징은 1940년대에 개발된 초기 모델의 차체를 철 대신 알루미늄으로 만들면서 곡면보다는 평면이나 직선 형태를 취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차체 디자인이 단지 `형태를 위한 형태`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역사와 기술 개발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디펜더는 지붕 양 측면의 쪽창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쪽창은 뒷모습에서도 나타난다. 테일게이트 양쪽의 세로형 쪽창은 오리지널 랜드로버의 이미지 그대로다. 뒷모습 표정은 우직하지만 무덤덤하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별일 없다"고 말할 것 같은 인상이다. 오늘날 승용차처럼 날렵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는 크로스오버 SUV와 달리 각지고 우직한 인상을 유지한 디펜더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445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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