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야드로는 명함도 못내밀어… 300야드 날려야 어깨 편다 / 최우열(체육학부) 겸임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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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는 지금…‘파워 드라이브 혁명’중 작년 PGA 평균 드라이브 거리 “드라이브는 쇼·퍼팅은 돈”옛말 첨단기술 덕에 정확도도 높아져 최근 몇 년간 야구계를 뜨겁게 달군 화제 중 하나는 이른바 ‘뜬공 혁명’이다. 타자가 공을 띄우면 띄울수록 홈런 등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땅볼보다 상대적으로 점수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뜬공 혁명은 2012년 머니볼로 유명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머니볼이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적은 예산으로 높은 성적을 만들어내는 저비용 고효율의 구단 운영 전략을 뜻한다. 2015년 메이저리그가 초고속 카메라와 레이더 추적 장비를 기반으로 한 스탯캐스트(Statcast)란 첨단 경기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뜬공 혁명의 효과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뜬공 혁명은 메이저리그 전체로 확산하며 전통적인 야구 이론과 상식을 바꾸고 있다. 요즘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3점 슛 혁명’이 한창이다. NBA 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3점 슛을 던지고 있다. 단신 슈터는 물론 2m가 넘는 장신 센터들까지 기회만 되면 3점 슛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2년까지만 해도 경기당 팀 평균 18개와 6개에 불과하던 3점 슛 시도와 성공 횟수는 매년 증가해 올 시즌엔 각각 31개와 11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로부터 비롯됐다. 키 191㎝의 포인트가드인 커리는 NBA 평균 2점 슛 성공률에 육박하는 높은 3점 슛 성공률을 앞세워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커리의 활약으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2015년, 2017년, 2018년 3번이나 NBA 챔피언에 올랐다. NBA 사상 3점 슈터가 MVP로 뽑히거나 3점 슛을 주 무기로 앞세운 팀이 우승을 차지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커리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성공은 골 밑 플레이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인식되던 3점 슛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NBA에 3점 슛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PGA투어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95.3야드로 역대 최장이었다. 드라이브 거리를 처음 측정하기 시작한 1980년의 평균 256.9야드와 비교해 무려 38.4야드가 증가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290야드 정도면 경쟁력이 있었으나, 요즘 그 정도 거리로는 PGA투어에서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PGA투어에서 치러진 총 49개 대회에서 모두 37명의 챔피언이 탄생했는데, 이들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는 299.7야드였다. 이들 중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300야드 이상인 챔피언은 절반에 가까운 17명이었다. 290야드 미만은 단 5명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3명은 월드골프챔피언십(WGC)대회나 메이저대회와 일정이 겹쳐 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빠진 B급 대회 우승자였다. 최근 10년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골퍼는 2008년 타이거 우즈를 포함해 현 세계랭킹 1위인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까지 모두 12명이다. 이들 중 시즌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300야드가 넘는 골퍼는 7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평균 드라이브 거리가 290야드가 채 안 되는 골퍼는 2011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영국의 루크 도널드(284.1야드)가 유일하다. 짧은 드라이브 거리를 정확한 어프로치샷과 퍼팅으로 만회하는 ‘도널드류’의 골퍼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 골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드라이브는 쇼, 퍼팅은 돈’이란 골프의 오랜 격언도 이미 철 지난 유행어가 됐다. 지난해 PGA투어 상금 랭킹 상위 15명의 성적에서 드라이브의 기여 비중은 35%로 가장 높았고, 반면 퍼팅의 기여 비중은 18%에 그쳤다. 수천만 개에 이르는 PGA투어 모든 샷의 거리와 위치 등을 관리하는 샷 링크(Shot link) 데이터와 이를 바탕으로 한 첨단 통계기법이 밝혀낸 분석 결과다. 놀라운 점은 드라이브의 거리뿐 아니라 정확도마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한 시즌 동안 300야드 이상의 평균 드라이브 거리에 60% 이상의 페어웨이 안착률을 기록한 이른바 ‘300-60클럽’의 회원 숫자가 24명으로 크게 늘었다. 2001년 존 댈리(미국) 한 명에 불과했던 300-60클럽 회원은 이후 매년 평균 4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 sure)란 결코 양립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골퍼의 영원한 꿈이 첨단기술과 스포츠과학의 결합으로 가능한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 야구의 뜬공 혁명, 농구의 3점 슛 혁명과 함께 골프의 파워 드라이브 혁명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지 아니면 스포츠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1401032839000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