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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시론] 미해결의 한일대륙붕협정 / 박창건(일본학과) 교수


▲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1974년 1월 30일 한국과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과 그 부속 ‘의사합의록’, ‘굴착의무에 관한 교환각서’, ‘해상충돌 예방에 관한 교환각서’, ‘해상오염제거 및 방지에 관한 교환각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북구구역 경계획정’ 및 그 부속 ‘의사합의록’이라는 2개의 기본협정과 부속 문서에 공식적으로 서명했다. 이 중에 남부구역 대륙붕협정은 전문 31개 조문 및 부속표로 이루어져 있으며 합의의사록과 3개의 교환공문이 첨부되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대륙붕 주장이 중복되는 약 8만2,000km2에 달하는 동중국해 해저와 지하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이른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혹은 ‘한일대륙붕협정’으로 칭하고 있다.

한일대륙붕협정은 많은 문제를 미해결의 상태로 남겨두고 공동개발이라는 기능적·실리적 접근을 중시하면서 다른 형태의 협정 비준의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서명 후 그해 12월에 국회의 승인을 받아 비준을 빠르게 마쳤지만, 일본 정부는 서명 후 3년이 경과 한 1977년 6월 국회에 형식적인 승인을 얻었으며, 1978년 6월에 최종적으로 발효되었다. 그 주된 이유는 중국으로부터의 강력한 항의 때문이었다. 한일대륙붕협정은 단순한 양국 간의 문제에 국한된다기보다는 한·중·일 3국의 해양관할권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대립의 중심이 한국의 일관되지 못한 입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한국은 중국에게 황해 및 동중국해 일부에서 대륙붕 외측한계를 중간선 원칙으로 경계획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과는 동중국해 일부 수역의 경계획정에 관하여 육지 영토의 자연연장선 또는 공해상의 연안국 영토주권에 의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자국의 동의 및 참여 없이 한일 간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한 것을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이러한 중국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는 세계의 주요 석유회사들이 투자를 회피하는 원인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공동개발이 예상만큼 진척되지 못했다. 동아시아 영해의 자원민족주의에 따른 다양한 마찰요인들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경제와 안보라는 두 개의 이익을 공동으로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대륙붕공동개발협정을 체결했다.

한일대륙붕협정은 분쟁 해역에서 영유권 문제를 동결하고 공동개발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조인된 후 6년 3개월 만인 1980년 5월에 공동개발이 시작되긴 했으나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륙붕의 경계획정에 대한 한일 양국의 다른 정치적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륙붕의 경계획정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일본은 공동개발에 나선 지 8년만인 1986년 돌연 탐사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중간선원칙이 한일공동개발구역의 10구역 중 8구역을 자국의 영토로 편입시킬 수 있는 명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경계획정과 관련하여, 1996년의 ‘경제수역 및 대륙붕법’에서 200해리 범위 내에서 대륙붕에 대한 경제수역의 우위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 제도의 경계획정의 원칙을 중간선으로 주장했다. 이는 일본이 대륙붕과 경제수역에 공통되는 단일경계획정을 채택하는 것이 자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국제법리적 해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중간선 원칙의 일률적인 적용을 반대하고, 국제법에 기초하여 상대국과의 합의에 따라 경계를 획정할 것을 원했다.

한일대륙붕협정은 50년(1978년~2028년)간 유효하다. 관련 당사국은 3년 전에 서면 통고를 함으로써 최초 50년간의 종료 시에 혹은 그 후에 언제든지 협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 게다가 50년간의 유효기간에도 불구하고 일방당사국이 공동개발구역 내에서 천연자원을 더는 경제적으로 채취할 수 없다고 인지하는 경우에는 당사국은 협정을 개정하거나 종료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상호합의하며, 만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상기의 기간 동안 유효하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주목할 사실은 미완성의 한일대륙붕협정은 영유권과 관련된 독도 및 해양자원 개발과 관련된 상부수역의 처리문제 등으로 양국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경학(地經學)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한일관계의 다변화 과정에서 분출되는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복합적 관계에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과 같은 과거사부터, 초계기 레이더 갈등까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면서 양국 관계는 심각한 ‘체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일대륙붕협정이 비효율적인 공동개발 관리구조, 형식적인 분쟁해결 및 제도, UN해양법협약의 변화에 따른 일본의 소극적인 이행과 거부 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에 탐사 및 개발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는 가운데 협정의 종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 상황으로 2028년에 협정이 종료될 경우, 과거 한일공동개발구역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도 본격적인 해양경계획정을 위한 교섭에 착수하거나 중국이 참가한 혹은 중국의 이해를 고려한 새로운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뉴노멀의 한일관계가 정착되는 것을 고려하면, 양국 정부가 앞장서서 미해결의 한일대륙붕협정을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처: http://www.kyongbuk.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053102#09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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