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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익숙한 것도 새롭게…`데자뷔` 거꾸로한 `뷔자데 경영혁신`/백기복(경영학부) 교수

조직 구성원들을 구분하는 데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약칭 `시찾사`),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시찾사`로 조직을 채우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로 조직은 차고 넘친다. 특히 경영혁신을 할 때는 시찾사 인재들이 핵심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시찾사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

시찾사 인재의 전형은 코미디언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무대 위 코미디언은 단 1초도 관중의 주의를 놓쳐서는 안 된다. 기발한 발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매 순간 관중에게 폭발적 긴장감을 줘야 한다. 시찾사도 코미디언처럼 매 순간 고객들에게 폭발적 긴장감을 주는 사람이다.

조지 칼린(1937~2008)은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탠드업(standup) 코미디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코미디는 `방송에서 말할 수 없는 7가지 비속어들`과 같이 매우 도발적이어서 초기에는 `외설` 시비로 재판까지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네 번에 걸쳐 그래미상을 받고 1994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등 탁월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코미디가 주목받는 이유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 때문이다. 그는 평범한 이야기를 기발하게 엮어 낸다. 예를 들어 그는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이나 매 순간 걱정하는 `위생`과 같은 익숙한 주제들을 기발하게 엮어 파격적으로 전달한다. 칼린은 이것을 `뷔자데(vuja de)`라고 말한다. 뷔자데란 매일 접하는 것으로부터 첫 만남의 신선함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첫 만남이지만 익숙한 느낌을 주는 `데자뷔(deja vu)`를 거꾸로 한 것이다.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이지만 첫 출근의 설렘을 갖게 되는 것이나 습관처럼 처리하던 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것 등이 뷔자데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01년 저서에서 뷔자데를 경영 혁신의 핵심이라고 했다. 경영 혁신이란 익숙한 관행, 당연시해온 가정, 안정감을 주는 체제, 잘되고 있다는 착각, 편안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운 눈, 즉 뷔자데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뷔자데는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조 게비아와 브라이언 체스키는 돈이 없어 곤란한 와중에 주변에서 큰 콘퍼런스를 하는 데 숙소가 모자란다는 점에 착안해 거실에 에어 매트리스 세 개를 갖다 놓고 싼 가격에 숙박과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이것이 성공하며 수십억 달러 기업 가치를 갖는 `에어비앤비`를 탄생시켰다. 그들은 매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익숙한 거실을 뷔자데 관점에서 재해석해 `공유 숙박` 개념을 창안해낸 것이다.

조직원들은 익숙한 것에 집착한다. 뷔자데의 관점을 갖기 힘들다. 그들이 뷔자데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 문화 때문일 것이다. 조직 문화가 느슨하면 조직 구성원들은 무대에 선 코미디언의 절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관중이 졸든 중간에 극장을 나가든 시간만 때우면 똑같은 보상이 주어진다면, 어느 배우가 절박감을 갖고 무대에 서겠는가. 조직 문화가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방향이 잘못된 경우도 많다. 무대의 코미디언이 관중을 만족시키기보다는 업주에게 잘 보이는 데만 정신이 팔린다면 결과는 똑같이 실패일 것이다. 그뿐 아니다. 한번 성공했다고 똑같이 해서도 안 된다. 성공하는 코미디언은 같은 청중에게 같은 내용을 두 번 사용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뷔자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무대의 코미디언은 눈빛, 손짓, 몸짓 등 작은 것 하나도 간과하지 않고 치밀하게 뷔자데를 적용한다. 시찾사도 모든 일을 뷔자데 관점에서 치밀하게 설계하고 끊임없이 실험한다. 그래야 경영 혁신이 성공한다.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03/19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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