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우연히 스피스 캐디 된 수학교사, 5년간 56억원 ‘돈방석’/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캐디 팔자는 뒤웅박 팔자

 마야코바클래식 우승 쿠처 
 임시 캐디에 달랑 560만원 
 부당 대우로 서로 얼굴붉혀 

‘톱10’에 들면 수령액의 7% 
우승땐 10% 보너스가 관례 

 우즈와 함께 일한 윌리엄스 
12년간 99억원 벌어 ‘최고’ 
골퍼 성향따라 수입 달라져

얼마 전 미국의 맷 쿠처가 캐디피 지급 문제로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평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착한 성격과 모범적인 행동으로 동료 선수와 골프팬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던 그이기에 이번 논란은 다소 뜻밖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쿠처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개최된 마야코바클래식에서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쿠처의 출전이 대회가 임박해 결정되는 바람에 선약이 있었던 그의 전담 캐디가 동행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대회가 열린 골프클럽의 하우스 캐디와 출전한 쿠처가 덜컥 우승까지 한 것이다.

쿠처는 임시 캐디에게 주급 3000달러에,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주겠다며 사전에 구두로 계약했다. 대회 직후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던 임시 캐디 데이비드 오티스에게 쿠처가 내민 봉투에는 달랑 5000달러(약 560만 원)가 들어 있었다. 쿠처의 대우가 부당하다고 느낀 오티스는 추가로 보너스를 요구했으나, 쿠처는 하루 200달러를 벌던 그에게는 충분한 액수라고 생각했는지 그의 요구를 무시했다.

뒤늦게 SNS를 통해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1만50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쿠처가 제안했지만, 오티스는 거부했다. 그가 기대한 금액은 5만 달러였으며, 자신이 쿠처의 우승에 그만큼의 역할을 했다고 믿었다. 쿠처는 언론을 통해 원래 자신이 지급하려고 했던 보너스는 예선 통과 때 2000달러, 톱20일 때 3000달러, 톱10일 때 4000달러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감사의 뜻으로 약속보다 1000달러를 더 챙겨준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쿠처가 엄청난 부자였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그는 PGA투어에서 9승을 올리며 총 528억 원을 넘게 벌어 생애 통산 상금 순위 10위에 올라 있다. 프로골프계에서는 전통적으로 대회 출전 때마다 지급하는 기본 주급 외에 5-7-10 규칙에 따라 캐디에게 추가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즉 예선(컷오프) 통과 시 상금 수령액의 5%를, 상위 10위 내에 들면 수령액의 7%를, 우승하면 수령액의 10%를 보너스로 지급한다. 쿠처의 우승 상금이 약 14억5000만 원이니 전담 캐디였다면 1억4000만 원을 보너스로 받았을 것이다.

멕시코에서 10억 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가면서 정작 가난한 현지 캐디에게 지나치게 인색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했다. 결국 대회가 끝난 지 석 달 만에 쿠처는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오티스에게도 그가 요구한 5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때늦은 결정이었다. 돈 몇 푼 때문에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뒤였다. 오랫동안 쌓아온 선량한 이미지에는 금이 갔고, 자선단체에 많은 돈을 기부해왔던 쿠처의 선행도 구두쇠란 오명에 빛이 바랬다. 

대회를 주최한 멕시코 현지 기업들은 물론 데뷔 직후부터 20년 가까이 그를 후원해온 브리지스톤 등 기업들도 이번 논란으로 곤란한 처지가 됐다.

반면 쿠처와는 달리 후한 캐디피로 화제가 된 골퍼들도 있다. 2015년 페덱스컵 우승으로 우승상금 외에 1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된 미국의 빌리 호셸은 자신의 캐디였던 마이카 퍼지트에게도 10%에 해당하는 100만 달러(11억 원)를 주저 없이 지급했다. 상금과 무관한 돈이었기 때문에 안 줘도 그만이었다. 다음 해 마찬가지로 페덱스컵에서 우승한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 역시 호셸의 전례를 따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캐디의 소득은 전적으로 자신을 고용한 선수의 성적에 달려 있다. 지난해 PGA투어의 대회별 우승상금은 최대 216만 달러(24억 원)에서 54만 달러(6억 원)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캐디 소득 순위에 따르면 PGA투어 상금 순위 10위 내 선수의 캐디들은 연간 최소 50만 달러(5억6000만 원) 이상을 벌어 웬만한 프로선수들보다 수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애틀의 한 초등학교에서 평범한 수학교사로 일하던 마이클 그렐러는 2011년 자신의 집 근처에서 개최된 골프대회에서 아마추어였던 조던 스피스(미국)의 캐디를 우연히 맡았던 인연으로, 이듬해 프로로 전향한 스피스의 캐디가 되었다. 데뷔 이후 스피스가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11승을 거둔 5년 동안 그렐러는 500만 달러(56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수학교사로 일하던 당시 자신의 연봉의 10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한편 뉴질랜드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스포츠 스타는 다름 아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였던 스티브 윌리엄스다. 그는 우즈와 함께한 12년 동안 880만 달러(99억 원) 이상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캐디 팔자가 말 그대로 뒤웅박 팔자인 셈이다.

 

출처: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40801032839000003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