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숲의 요정’도 소개해 드릴께요( 국민대 사회교육원 `자연환경안내자' 과정,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2001년 6월 22일(금) - 한겨레신문 -


△ 강원도 홍천군 삼봉자연휴양림을 찾은 탐방객들이 삼림욕장을 돌면서 숲해설가로부터 숲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주부 박순희(여·40·서울시 강남구 일원동)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그날은 그가 전업주부에서 어엿한 `숲해설가'로 변신해 광릉수목원에서 초등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우리 숲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날이다.
그는 지난해 숲해설가협회(회장 이희교·02-747-6518)에서 약 석달동안 숲해설 교육을 받고 4월 중순부터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늘 집안 일을 끝내고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길이 없을까 고민했던 그에게 숲해설가라는 새 직업은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나무와 숲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숲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숲해설가협회를 찾아가서 교육을 받다보니 이런 귀한 지식을 다른 이에게도 알려줘야 하겠다는 의욕이 샘솟더군요.” 그가 숲해설가로 나선 동기다.

그는 “숲을 찾는 이들이 아무런 느낌과 의미를 모르고 숲에 왔다가 숲해설을 듣고난 뒤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새롭게 태어난 기분을 느낀다'고 말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보람 때문에 그는 숲해설이 없는 날에는 숲과 관련된 서적과 씨름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숲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면서 “숲과 친해져서 숲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지대 송병민(45) 산림자원학과 교수도 지난 99년부터 3년째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매주 토·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춘천 집에서 유명산휴양림까지 80㎞길을 달려오는 까닭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보는 눈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은 숲에 기생해서 살고 있습니다. 숲에서 나오는 산소와 물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숲을 함부로 대할 자격이 없는데도, 마구 짓밟고 파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는 특히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숲에서 자연과 생물의 소중함을 익힌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연의 가치를 알고 살아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처럼 숲해설가는 숲을 찾아오는 탐방자들에게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과 숲의 모습과 구조, 숲과 사람의 관계 등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전국 25개 국유림자연휴양림과 수목원, 지자체의 이름난 산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100여명이다. 이들은 지난 98년 국민대 사회교육원에서 `자연환경안내자' 과정을 이수한 교육생들과 그뒤 지난해 2월 설립된 사단법인 숲해설가협회에서 3개월간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거나 산림관련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들과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숲해설가의 탄생에는 지난 92년 1월 전영우 교수와 박봉우 강원대 건축조경학부 교수, 이천용·임주훈 임업연구원 연구원(농학박사) 등이 주축이 돼 결성된 숲과문화연구회(회장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www.humantree.or.kr·02-745-4811)의 10년간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숲과문화연구회는 그동안 80여 차례의 `아름다운 숲 찾아가기' 행사를 벌여 사람들에게 숲을 가까이 하도록 권해 왔다.

숲과문화연구회 운영위원인 충북대 신원섭(42) 산림과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숲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식을 느끼는 까닭은 숲이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라면서 “본디 숲에서 삶의 터전을 잡았던 사람들이 농경시대부터 숲을 뛰쳐나와 생활해 오고 있지만 항상 마음의 고향인 숲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