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하응백씨 `친구야, 이제 다리를…` 펴내 (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겸임교수)


2001. 12. 4. - 중앙일보 -


하성란-초등학교 시절 어느 잡지에서 시를 베껴 백일장에 참가. 그 작품으로 상을 받으며 문학에 대한 부채가 생겼다고 고백.

신경숙-유독 가족을 부둥켜안는 작품이 많은 이유와 관련,열여섯살이 되던 해 집을 나와 `외딴 방`(소위 가리봉동 쪽방)에 살 때의 어두운 경험이 그 배경.

문단의 마당발로 통하는 문학평론가 하응백(40.국민대 문예창작대학원 겸임교수)씨는 "평론이란 결국 시인이나 작가와의 만남이 아닌가"라고 자문(自問)한다.

평론가란 결국 작가에게 빚지는 후순위의 존재이니 자신의 존재 증명이란 작가를 끌어들이는 일일 수밖에 없는 것. 하씨는 이를 `정분(情分)의 기록`이라 칭하며 작가들과의 대담을 엮은 『친구야,이제 다리를 건너거라』(문학세상,8천5백원)를 최근 펴냈다.

책에 등장하는 문인들은 황동규.김주영.김원일.신경숙.이산하.성석제.김미진.하성란 씨등 17명. 워낙에 말들 잘하고 아는 것 많은 사람이 작가들이니 사실 그들과의 대담이란 잘못하면 현란한 말의 잔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듣다 끝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여기서 끝난다면 그저 기록에 불과하겠지만 하씨의 대담은 작가들의 사유와 그 사유가 작품으로 나타나는 길목을 지키며 작가의 삶과 작품의 핵심을 함께 잡아내고 있다.

시인 황동규씨의 시에 눈(雪)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로 "6.25 피란 시절 황량한 서울, 어느 날 눈이 내리면서 도시를 완전히 아름다운 나라로 바꾸는 걸 목격하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매개로 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대답을 듣는 식이다.

이어 소설가 김주영씨 소설의 떠돌이 기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찾고, 준비해간 녹음기조차 꺼낼 수 없이 유쾌하게 진행된 성석제씨와의 대담에서는 끊임없이 얘깃거리를 길어올리는 그의 능수능란함을 설명한다. 작가의 개인사를 들으며 작품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우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