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Prism] 사원이 팀장에 "그건 아니지"…어느 스타트업 당돌한 반말경영 / 백기복(경영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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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열 살 아래인 사람이 나에게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라고 반말을 한다면 심한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한국 회사에서 평사원이 사장에게 `김 사장, 너는 항상 남의 말을 가로채더라`라고 나무란다면 아마도 정신병자 취급을 당할 것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한국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위와 아래, 형님과 동생, 선배와 후배, 연장자와 연소자, 윗대와 아랫대가 분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장유유서의 엄격한 질서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창업자들과 직원들에게 이른바 `반말경영`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동생뻘인 27세 직원이 큰형님뻘인 38세 직원에게 `내가 부탁한 것 어떻게 됐니?`라고 묻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통념의 저항과 맞서는 순간이다. 이 회사가 이런 저항을 감수하면서 반말경영을 추진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슈퍼브에이아이는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가공 툴(tool)을 개발하는 회사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함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데이터 가공 프로세스가 지나치게 수작업에 의존해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머신러닝을 이용해 자동화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판매하는 것이 이 회사의 사업이다. 가령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AI 데이터를 가공하는 시간을 줄여주면 자율주행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필자는 인터뷰를 위해 이 회사를 방문했다. 회사는 공유오피스를 쓰고 있었다. 우선 반말경영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김 대표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업의 핵심을 한마디로 `스피드`라고 정의했다. 데이터 가공 스피드를 높이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사 내 소통도 스피디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다면 반말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매니저가 대기업에 다닐 때 절실히 느낀 것은 이른바 `예의 차리기`의 비효율이 초래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상사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이 습관화돼 있기 때문에 `할 말을 못하고, 말하려다가도 머뭇거리고, 말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자기 검열 하느라` 심리적 부담, 물리적 시간 낭비, 관리적 단절이 엄청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조직 경영의 비용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말은 이 모든 비용을 거둬내 주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결론이다. 반말경영의 장단점을 물었더니 쉽게 답이 나왔다. 제일 큰 장점은, `확실히 빠르다`는 것이다. 머뭇거림 없이 마구 내지르기 때문에 `예의 차림`이라는 낭비가 없어져 소통 스피드가 빨라졌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다 보니 건강한 토론 문화도 자리 잡았다. 때로 상처받는 사례도 있지만 적어도 `뒤끝`은 전혀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장점은 `반말을 하니까 행동이 편해졌다`고 한다. `예의 차림`의 상투를 잘라버리자 사람을 만나고 대할 때 추가 고민이 필요 없어졌다. 직원들이 대표이사도 똑같은 구성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한다. 아울러 말을 많이 하다 보니 구성원들이 조직의 업무 진행 여부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은 무엇일까. 소통 빈도가 많아져 업무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말이 많아지다 보니 회사의 중요한 정보나 이슈가 노출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또 업무 외적인 소통이 많아져 구성원들의 주의를 불필요하게 분산시키기도 한단다. 반말경영은 밀레니얼(M) 세대의 혁명이다. 대기업에서도 가능할까.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05/344996/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