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월드컵스탠드]"훌리건 난동없는 축제로"-이장영교수(국민대 사회학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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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5. 22. - 세계일보 - 오늘날 스포츠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매우 깊게 자리하고 있다. 전날 벌어진 스포츠의 멋진 장면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 다음 날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도 사회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면 월드컵 때 훌리건들의 폭력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또는 요인암살을 저지하기 위해서 특수부대가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훌리건의 종주국(?)인 잉글랜드,이탈리아,독일 등의 예선경기가 벌어지는 일본은 훌리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대비는 우리나라 관중으로부터 유발되는 행동을 저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훌리건들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축구종주국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훌리건들은 축구경기 하나로 인해 많이 죽고 부상당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은 우승축하 행사를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40여명이 죽고 200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겼는데도 이렇게 죽었으니 졌으면 얼마나 죽었을까. 십여년 전에 비해 우리도 축구장에서의 관중 난동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관중이 점점 더 극렬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는 아직까지 축구를 점잖게 즐기고 있는 나라에 속한다. 지난해에도 크고 작은 축구 관중들의 폭력적 행동이 일어났는데 우리나라의 훌리건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 훌리건들은 경기에 졌을 때만 주로 폭력적으로 변하지 경기에 이겼을 때는 승리를 기쁘게 만끽하며 지나간다. 그러나 유럽의 훌리건들은 이겼을 때도 폭력적인 경우가 많다. 승리의 기쁨을 광적으로, 폭력적으로 즐기는 것이 우리와 매우 다르다. 아마 유럽의 축구장은 하나의 일상의 장이 되었고 이곳에서는 이긴자나 진자가 모두 나름대로 축구를 즐기는 하나의 일상문화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축구장에 가는 것이 일상적인 것은 아니며 모처럼 어렵사리 시간을 만들어내 가기 때문에 이길 경우 막연히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둘째,우리나라 훌리건들은 역사가 짧으며 또한 비교적 젊은 층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든 사람들은 축구장에 가는 사람들의 수도 적고 또 유교적 관습으로 쉽게 폭력적이 되지 않으나 젊은이들은 축구장에 가는 사람들도 많고 젊은 혈기로 폭력적이 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는 훌리건들의 연령층이 더 넓게 퍼져 있는데 이 역시 축구를 즐긴 오래된 역사와 관련이 있다. 각 연령층이 축구를 즐기는 반면에 각 연령층이 또 훌리건에 가담하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훌리건들의 난동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간 위험인물 리스트를 작성하여 정보를 교환한다고 한다. 아무쪼록 아시아의 첫 월드컵이 훌리건의 난동없이 '지구촌의 구연(球宴)'으로 훌륭하게 잘 치러지기를 바란다. 이장영교수(국민대 사회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