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사회적 억제 효과’ 탓 많은 사람 지켜보면 제 실력 안 나와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낯선 갤러리 많은 ‘밀린 파3’… ‘울렁증’ 극복하려면

거리보다 자신 있는 클럽 잡고 
그린 중앙 겨누고 스윙해야 

힘을 써야 하는 역도·격투기는 
관중 많으면 ‘사회적 촉진 효과’ 
멘털 조절 중요한 골프는 반대 

프로골퍼·상급자는 영향 적으나 
아마·초보자는 실수 가능성 커

골프장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요즘 같은 성수기 주말에는 파 3홀에서 흔히 앞 팀과 ‘사인’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즉, 원활한 라운드 진행을 위해 순서가 많이 밀리는 병목 구간인 파 3홀에서 앞 팀이 모두 공을 그린에 올리면 곧바로 퍼팅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공을 마크만 한 채 안전한 곳으로 피한 후 다음 팀이 티샷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다다음 팀까지 티잉 그라운드 주변에서 기다리는 게 보통이어서 갑자기 뜻하지 않게 다른 팀 캐디를 포함해 10명이나 되는 ‘낯선 갤러리들’ 앞에서 플레이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이때 열이면 열, 많은 사람 앞에서 멋진 샷을 날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뒤땅을 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날리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면 긴장되고 위축돼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억제 효과’라고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보고 있으면 오히려 힘이 나고 평소보다 더 잘하게 되는 ‘사회적 촉진 효과’도 있다. 원정 경기보다 홈경기의 승률이 높은 홈어드밴티지 현상은 사회적 촉진 효과의 대표적인 예다.

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학과의 노먼 트리플리트가 1897년 처음 주장했다. 최초의 스포츠심리학 연구로 인정받고 있는 이 실험에서 트리플리트는 사이클 선수가 혼자 달릴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달릴 때 기록이 더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똑같이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상황인데 어떨 때는 평소보다 더 잘하고, 또 어떨 때는 평소보다 더 못하게 되는 걸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우리 몸의 각성(흥분) 수준은 올라간다. 이러한 흥분은 단순하거나 자신에게 익숙한 일을 할 때는 신바람이 나게 해주지만, 복잡하거나 미숙한 일을 할 때는 긴장을 높이고 집중력을 떨어트려 오히려 실수를 유발한다는 것이 관련 연구의 결론이다.

이런 점에서 ‘피겨여왕’ 김연아가 올림픽을 앞두고 트리플 악셀을 새롭게 연습하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5가지 종류의 다양한 트리플 점프에 집중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올림픽처럼 큰 대회에서는 가능한 한 자신에게 익숙한 기술을 구사하는 것이 사회적 억제 효과를 미리 방지해 실수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면 경쟁자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에만 집착하다 결정적인 순간 실수를 연발하며 올림픽을 비롯해 매번 김연아에게 무릎을 꿇었다. 공중에서 3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은 기본 점수가 월등히 높아 일단 성공만 하면 우승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다.

단거리 육상, 역도, 격투기처럼 단순하면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경기는 각성 수준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이런 종목에선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나는 사회적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사격, 양궁, 골프처럼 큰 힘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경기자의 내적 조절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많은 관중의 존재나 응원은 높은 각성을 유발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억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우승 경험이 없는 골퍼나 신인이 처음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거나, 주말골퍼가 파 3홀에서 사인을 받고 플레이를 하면 실수가 잦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급자나 경험이 많은 골퍼는 설사 사인을 받더라도 플레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샷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고 이미 익숙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스윙이 몸에 익지 않은 초보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는 다소 거리가 맞지 않더라도 평소 자주 연습해 익숙하거나 조금이라도 더 자신 있는 클럽을 선택해 티샷을 하는 것이 좋다. 핀 위치와 상관없이 무조건 그린 중앙을 향해 샷을 하는 단순한 전략도 큰 실수를 막는 방법이다. 가끔은 골프장의 조인 게시판 등을 통해 생면 부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플레이해보는 것도 갤러리 앞에서의 티샷 울렁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혹시 동반자 중 초보자가 있다면 가능한 한 플레이할 때 딴청을 부리거나 못 본 체하는 것이 좋다. 도움을 준답시고 하는 섣부른 조언이나 과도한 관심은 사회적 억제 효과를 유발해 가뜩이나 미숙한 플레이를 더 위축시키는 독이 될 뿐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15010328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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