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어린왕자’ 영어연극 감동의 마지막 수업 / 경제학부 장덕주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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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6일(월) - 문화일보 - 대학가는 벌써 기말고사 등 1학기 종강준비가 한창이다. 시험이 끝나면 바로 방학이 시작되는 대학의 특성상 한 학기의 마지막 수업은 보통 ‘박수 한번 치면서’ 마무리 되는 것이 보통이다. 10일 국민대 경제학부의 ‘경제환경과 금융시스템’(장덕주 교수 )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딱딱한 이론과 수학공식 그래프가 먼저 연상되는 경제학 전공의 4학년 수업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책상을 둥글게 하고 둘러앉아 영어연극을 했다. 아니, 4학년 수 업시간에 웬 연극을? 그것도 영어연극을? 가뜩이나 취업도 어렵고, 토익점수에 이래저래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4학년 생활, 더욱이 기말시험까지 바로 코앞이 아닌가 이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장 교수님은 ‘어린왕자’의 영어본 일부를 복사해서 나눠주셨다. ‘어린왕자’ 중에서도 지구에 온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tame(길들이다)’에 관한 설명을 듣고 깨 달아가는 부분이었다. 왜 하필 이 부분일까? 당시 학생들은 ‘아니, 이런 걸 왜 나눠주시나?’하며 의아해 했다. 교수님이 처음 영어연극을 한 번 하자고 하실 때만 해도 ‘ 저러다가 흐지부지 끝나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수강 생 25명 중 자의반 타의반으로 뽑힌 학생들이 결국 마지막 수업에서 영어연극을 하게 된 것이다. 종이로 만든 왕관을 쓰고 우비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어린왕자, 그리고 골판지로 만든 여우얼굴을 손에 든 여우. ‘영어발음이 얼마나 좋나’, ‘암기를 얼마나 잘했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간혹 대사가 끊어지거나 실수를 해 웃음도 터졌다. 95학번부터 00학번까지 다양하게 섞인 25명의 학생들. 서로 같은 학부임에도 (한 학년만 100명이 넘기에) 이름은 물론 얼굴도 잘 몰라 그동안 어색하게 수업만 들었다. 그중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을 하는 선배도 있었다. 그러나 이 마지막 수업만큼은 과자와 음료수를 앞에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모두가 악수를 나누었다. 취업에 대한 고민, 스트레스로 어떻게 지난지도 모르게 끝나버린 4학년 1학기.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전해주려는 ‘길들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바로 ‘길들임’의 시작 이 아닐까? 장 교수님은 “4학년 학생들은 2학기면 취업으로 곧 사회로 나갈 입장이다. 사회에 나가면 10년은 바쁘게 지나가버린다”면서 “ 그때가 되면 서로 한번 만나기도 힘들다. 대학생활에서 지금 이 때가 두고두고 소중하다”며 함께 수업을 들었던 인연(因緣)의 소중함을 얘기하셨다. 김상욱(국민대) feminist46@freech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