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빠지면 안돼’→‘길게 치자’… 부정서 긍정으로 생각프레임 바꿔라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해저드는 생각하지 마

해저드 생각 않으려 애쓴다면 
오히려 해저드 더 생각하는 셈 
프레임에 갇혀 실제행동 영향 

‘프리 샷 루틴’ 통해 집중하고 
긍정적 자기암시하면 큰 효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 버클리대 교수인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지난 2004년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여기서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이다. 레이코프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선거에서 자신들의 편인 민주당 대신 부자 감세 등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는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인지심리학 개념으로, 민주당이 공화당의 주장을 공격하면 할수록 공화당의 주장이 더욱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를 얻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설명한다. 여기서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다. 공화당이 선점한 프레임으로 민주당이 공화당의 정책을 비판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거꾸로 공화당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화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를 더 생각하게 된다.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는데,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프레임으로 다르게 말해야 한다.

레이코프의 주장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고, 1987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니얼 웨그너 교수가 발표한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 이론을 근거로 한 것이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란 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욕구를 억누르려 하면 할수록 그것이 더 쉽게 떠오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골퍼들도 라운드 중 곧잘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곤 한다. 바로 워터해저드나 샌드해저드(벙커)에 절대 빠지지 말자고 다짐하면 다짐할수록 공이 물이나 모래를 찾아 들어가는 신기한 경험이다. 마치 해저드가 공을 끌어당기는 듯하다고 해서 ‘해저드 인력의 법칙’이라며 자조적인 넋두리를 붙이는 골퍼도 있다.

골프에서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유발하는 대상은 비단 해저드뿐만이 아니다. “오른쪽에 OB가 있으니 슬라이스를 내면 절대로 안 돼” “자꾸 톱볼을 치니 머리를 들지 말자” “오르막 퍼트니 약하게 치지 말자” “깃대가 2단 그린 위에 있으니 샷이 짧으면 큰일 나” 등등 목록을 제시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사고는 레이코프나 웨그너의 주장처럼 본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절대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만 키운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정적 언어가 부정적 사고로 이어지고 이것이 일종의 자기암시 또는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해 무의식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운드 중 해저드나 OB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웨그너는 생각의 초점을 다른 대상으로 돌리는 주의 전환의 방법을 추천한다. 즉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지 말고 아예 코끼리가 아닌 다른 대상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골프에서 다른 대상으로 주의를 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프리 샷 루틴’이다. 루틴은 최상의 경기력을 내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갖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행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를 말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퍼팅하기 전, 공 뒤에서 홀을 바라보며 연습스윙을 두 번 한 뒤 다시 홀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홀과 공 사이의 경사를 살피고 퍼팅을 하는 루틴을 지키는데, 매번 20∼25초가 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샷이나 퍼팅 전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든 뒤 매번 지키게 되면 스트로크 전에 점검해야 할 중요한 사항에 사고의 초점이 맞춰져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어 자신감과 집중력이 높아진다.

또 다른 방법은 레이코프의 말처럼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즉 “∼하면 안 돼”라는 부정적 프레임을 “∼해야 해”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전환한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무의식적인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에 라운드 중 자기암시를 위한 혼잣말은 가능한 한 부정문이 아닌 긍정문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 OB가 있으니 슬라이스를 내면 안 돼”는 “페어웨이 왼쪽으로 안전하게 공을 보내자”로, “자꾸 톱볼을 내니 머리를 들지 말자”는 “공을 끝까지 보고 치자”로, “오르막 퍼트니 약하게 치지 말자”는 “홀이 한 클럽 뒤에 있다고 생각하고 길게 치자”로, “깃대가 2단 그린 위에 있으니 샷이 짧으면 큰일 나”는 “1단 그린을 무조건 넘기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앞으로 해저드 근방에서는 아예 해저드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지우자.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81201032839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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