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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프리다'…삶의 고통이 예술로 빛날때 / 이명옥(미술학부) 겸임교수
삶이 드라마요, 인생이 예술인 여자. 누더기가 된 몸을 파헤쳐 피처럼 선연한 고통의 속살을 보여준 여자. 신이자 악마인 연인에게 영혼을 제물로 바친 여자. 저주받은 육체의 족쇄를 끊고 정결한 새벽 별이 된 여자.

‘프리다’(감독 줄리 테이머)는 이 전설적인 여성 화가의 불꽃같은 일생과 예술혼을 담은 영화다. 멕시코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는 여성 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예술가다. 프리다 신화가 얼마나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가는 무려 백 권이 넘게 출간된 책과 기념우표와 영화까지 제작된 사실로도 익히 알 수 있다.

평소 미술에 낯을 가리는 사람들마저 한 여성 화가의 생애와 예술에 그토록 열광하며 감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프리다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불행을 초인적인 힘으로 견딘 정신력의 상징이요, 가혹한 운명을 예술로 승화시킨 열정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영화 ‘프리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우상인 화가의 극적인 삶과 예술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20세기 초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격동기 멕시코의 정치와 사회, 민족정서와 예술을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강렬한 색채에 담아 스크린에 녹여냈다.

소녀시절 처참하게 당한 교통사고와 죽을 때까지 자신을 괴롭힌 끔찍한 병마, 생애 최고의 축복이자 불행인 세계적인 화가 디에고와의 격렬한 애증관계, 삶의 잔혹함과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그림과 비극적인 종말이 화려한 영상에 담겼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슬픈 노래의 후렴처럼 가슴속에 젖어드는 소리를 들었다. 누가 그녀처럼 죽음의 낙인이 찍힌 육체를 포기하는 대신 고통과 기꺼이 살을 섞으며 검붉은 상처의 즙을 짜내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을까.

스산한 찬바람에 몸도 마음도 시려오는 계절이다. 그대들이여,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길 없는 길을 걷다가 지칠 때, 닫혀진 마음의 문 앞에서 고독으로 가슴이 저며올 때, 삶이 무덤처럼 쓸쓸하고 어둡게 느껴질 때, 가슴의 상처가 너무 깊어 구원마저 차라리 사치라고 느껴질 때, 그럴 땐 죽음으로 생명을 얻었고 순간으로 영원을 살다간 여인을 추모하며 따스한 위안을 얻으시길…. 21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국민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