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일본 정치 보수화와 한반도 / 이원덕(국제지역학부)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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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에서 치러진 총선 결과는 향후 일본의 정당체제, 국가진로 나아가 대 한반도 정책의 방향을 예측하는 데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어 우리의 주목을 요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권은 제3당인 공명당과의 탄탄한 선거협력을 바탕으로 안전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것에 대해 일단 안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고이즈미 정권은 이번 총선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며 세력 확장에 성공한 거대 야당 민주당의 대두로 말미암아 향후 정권 운영에 적지 않은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획득한 177석은 전후 일본 야당이 확보한 최대 의석으로 기록되었다. 자민당 단독 우월정당 시대였던 ‘55년 체제’ 하에서 만년 야당 노릇만을 해온 사회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향후 얼마든지 일본의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더욱이 민주당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무당파 층과 젊은층의 표를 대거 잠식하며 강세를 보였으며 비례대표 의석에서 자민당을 따돌릴 만큼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였다. 이번 총선의 결과 일본 정당시스템은 55년 체제 붕괴 이후 10년에 걸친 과도기를 마감하고 자민-민주 양당체제로 재편되게 되었다. 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세력이 축소된 상태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던 혁신계의 공산당과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완패함으로써 일본 정치는 명실 공히 보-보 양당체제로 굳어지게 되었다. 일본사회에 불고 있는 신보수주의 바람에 설상가상으로 납치 이후 일본열도 전체를 몰아치고 있는 반북 정서는 혁신세력이 설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마저도 허용치 않았다. 보수 양당체제가 도래함에 따라 일본사회의 보수화 경향은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평화헌법의 개정을 필두로 한 일본의 이른바 ‘보통국가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마이니치 신문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민, 민주당 소속 당선자 중 개헌 찬성론자는 각각 88%와 62%에 이르고 있어 중의원 480명 중 320명을 웃도는 의원이 평화헌법의 개정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에 당선된 자민당 의원의 26%와 민주당 의원의 10%가 핵무장 검토 필요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보수 일색의 분위기 속에서 향후 일본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작년 가을의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에 의한 납치사실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일본열도 전체는 반북 정서의 광풍에 휩싸여 국제정치적 사고의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일본의 대북 외교는 피납자 가족들의 반북 감정에 ‘납치’ 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리는 차세대 주자들이 부각되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강성 안보정책과 개헌에 적극적일 뿐 아니라 대북 강경 정책을 추구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보수 양당체제 하에서 일본이 추진할 국가진로는 평화헌법의 개정을 통한 군사적 보통국가화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급격한 세대교체의 바람을 타고 일본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젊은 세대 정치인들이 헌법, 안보, 대북관계 등의 중요한 정책에 대해 더욱 거침없이 강경한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일본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지도층과의 진솔하고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가능한 채널을 다각도로 구축하는 일이다. 이러한 채널을 통해 우리는 일본의 국가진로 설정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원덕/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