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적을 제대로 알아야 이길 수 있다-모의토론 / 이의용(교양대학) 초빙교수

우리의 학교 교육은 하나의 답을 요구한다. '2+3=( )'식이다. 이런 문제를 잘 풀려면 남이 이미 찾아낸 답을 검색(檢索)해서 외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 )+( )=5'라는 문제는 사색(思索)을 필요로 한다. 답은 '1.1+3.9, 1.11+3.89 등 무한대다.그럼에도 수능에 '2+3=( )'식의 문제가 나오는 건 채점의 편의를 위해서다. 이로 인해 우리의 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검색과 암기 위주로 탈선해가고 있다.

 '사경회(査經會)'는 초대교회 시절의 성경공부 집회였다. 이 사경회가 언제부터인가 '부흥회'로 바뀌었다. 그런데 부흥회에서는 "믿습니까?", "아멘!"이라는 폐쇄적인 문답이 수없이 반복되곤 한다. 이런 문답은 청중에게 사색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렇게 남에 의해 형성된 신념은 적의 공격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토요일에 생전 처음으로 '사경회'를 인도했다. 40여 명의 청년들과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공부했다. 토요일 아침부터 7시간 동안, 워크북을 펴놓고 다양한 활동(놀이)을 하면서 토의하고 토론하며 진행했다.

결혼과 비혼도 다루었다. 우선 본인 의견과 관계없이 결혼 찬성팀, 비혼 찬성팀에 속해 브레인 스토밍을 통한 결혼과 비혼을 주장하게 했다. 그 다음에는 소속 팀을 바꿔 정반대의 주장을 발표하게 했다. 이런 모의토론을 통해 두 가지 입장에 서봄으로써 청년들은 결혼과 비혼에 대해 깊고 넓게 탐색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요즘 우량 기업들은 조직 내에 회사 정책이나 상품(서비스)에 반대하는 팀(Devil's Advocate), 심지어 회사를 망가뜨릴 전략을 세우는 팀(Kill the Company)을 일부러 운영하기도 한다. 외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판을 미리 받아보며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동성애, 신천지 등의 문제점을 알리는 강좌가 교회에서 자주 열린다. 악한 세력으로부터 약한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육방식이 지나치게 주입식이거나 수비적인 것 같다. 이런 교육으로 교인들이 실전에서 이길 수 있을까. 남이 만들어준 답은 내 답이 되기 어렵다.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는 이들은 많은데, 그걸 놓고 일본사람과 토론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동성애, 신천지가 나쁘다고 외치는 이들은 많은데, 그들과 맞장 토론을 할 수 있는 교인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 지는 거다. 적을 제대로 알아야 이길 수 있다. 교회의 중직자들만이라도 앞서 소개한 모의토론을 통해 자생력을 길러 나가면 좋겠다.

이의용 교수/국민대 ·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원문보기: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298633019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기독공보 |2019-11-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