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디자인과 건축]신세대 리더 김개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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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건축]신세대 리더김개천
직선의 美로 살린 현대판 `청산별곡`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ㆍ한국의 미 천착 산ㆍ달빛등 자연 배경삼아 새공간 창조 담양 정토사ㆍ만해마을 여백의 맛 풍부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 칸 지어내니/ 반 칸은 청풍이요, 반 칸은 명월이라/ 강산은 드릴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1524년 송순이 담양 향리의 산전을 구입해 10년 동안 누정 짓기를 염원 하다 나이 41세에 대사헌직에서 물러나 비로소 면앙정을 건립하고 쓴 면 앙정 잡가다. 초당 한 채의 검박한 형태지만 청풍과 명월, 강산으로 꾸 민 선비의 지극한 미의식이 들여다보인다. 건축가 김개천(46ㆍ국민대 조형대학 교수) 씨는 `무형의 미` `자연 과 교감하는 건축`의 전통적인 미감을 현대적인 어법으로 풀어내려 한 다. 그 결과, 찾아낸 형태는 가장 단순한 `직선`이다. 무형의 미야말 로 가장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까닭이다. 담양 정토사는 군더더기 없는 무형의 미를 잘 보여 준다. 2층의 네모반 듯한 시멘트 건물이 전부다. 그럼에도 밋밋하거나 심심하지 않다. 안에 서 바깥을 보면 창살 틈새를 끼고 산이 걸쳐져 있고, 햇빛과 달빛이 만 들어내는 묘한 빛과 그림자가 마루 위에 쉼 없이 펼쳐진다. 얕은 저수지 는 건물의 허상까지 보여 준다. "곡선으로는 절대적으로 자연을 모방할 수 없지요. 단지 어설픈 흉내 에 불과해요. 어떤 경우에는 흉물스럽기까지 하죠. 전통의 미는 일반적 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직선에 있어요. 가장 단순한 형태야말로 많은 것 을 담아낼 수 있지요." 해인사 일주문에 이르는 길은 한국의 미의 극치다. 서양의 직선은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일직선이지만 일주문의 직선은 내 려가는 듯 올라가는 직선이어서 보행자를 편안하게 해준다. 곡선이 직선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 조성한 만해마을도 그의 직선의 미학을 담고 있다. 만해사에 이르는 길은 죽 뻗어 있지만 그 끝은 비어 있고 산자락이 가 뭇하게 자리하고 있다. 옆길로 살짝 비껴 자리한 만해사는 마치 허공에 두 획을 그은 듯 단순한 형태다. 층계를 올라 안으로 들어서면 정작 텅 빈 공간, 산이 저만치 눈에 들어올 뿐이다. 만해광장의 무대도 세워 놓 은 두 개의 기둥이 전부다. 그러나 시야를 멀리 하면 기둥 사이에 산이 세트처럼 앉아 있다. 자연을 풍부하게 하는 게 건축작업이라고 그는 말 한다. 무형의 건축은 놀랍게도 유희공간인 바(Bar)에도 적용된다. 청담동의 `문 바`는 형태는 직선으로 분할한 단순한 공간이지만 셀로판 색지를 이용해 빛의 다양한 반사와 굴절로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삼성동의 `칼 라 바`도 같은 맥락이다. 평창동의 개인주택 `중암`은 아무런 장식 없이 오직 정원의 소나무를 인테리어로 삼은 집이다. 그의 작업이 처음부터 `무형의 형태`를 지향한 것은 아니다. 한때는 허접 쓰레기를 모아 엮어 공간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때는 하찮 은 것들이 지극한 미를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는가가 화두였던 까닭이다 . 젊은 시절에는 중동 건설현장에서 설계를 맡기도 했다. 알래스카 감옥 을 3년 동안 작업할 때는 감방 신세가 따로 없었다고 한다. 동양철학은 그의 작업의 바탕이다. 최근 찾아낸 최고의 미는 `명묵(明默)의 건축`. `밝은 침묵`, 없음과 있음이 공존하는 침묵이야말로 `지고의 미`라 고 그는 여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