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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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정시비중만 확대하면 모든 문제 해결될거라 생각하는 건 입시를 모르는 것"/박태훈 입학처장

<박태훈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
수도권 상위대 비중 변경하면 지방대까지 줄줄이 영향 혼란 불가피
고교학점제 도입땐 수능 무용지물··· 몇년 뒤 못쓸 걸 지금 왜 바꾸나
학종 문제 있다면 그걸 개선하면 되지 시스템 전체 뒤흔들어선 안돼
고1은 지난해 공론화 보고 고교선택···2022학년도까지는 지금대로 가야

박태훈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교육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며

“최소한 2022학년도 입시만큼은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박태훈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교육 문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며

“최소한 2022학년도 입시만큼은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서울경제] “청와대와 교육부는 정시 비중이 낮은 일부 대학만 조정하면 입시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입시를 잘 모르고 하는 얘깁니다.”

박태훈 전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국민대 정보보안암호수학과 교수)은 입시 업무만 20년 가까이 해왔다. 그런 그가 보기에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정시 비중 확대 움직임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이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높은 일부 학교라는 게 이른바 수도권 상위권 대학들인데 그들이 정시 비중을 2~3% 늘리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수도권 중위대, 수도권 하위대, 지방 상위대, 지방 중위대, 지방 하위대 순으로 끝없이 꼬리를 물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교육 문제만큼은 돌다리 두드리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최소한 지금 고1 학생이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2022학년도 입시만이라도 변화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협의회장을 만난 것은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가 발표되기 직전이어서 학종 실태조사와 관련한 부분은 나중에 추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한 후 온 나라가 입시 이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다. 사전이나 사후라도 교육 당국과 대학 간에 의견 교환이 있었나.

△사전에는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 각 대학 입학처장들이 모여 대통령 말씀에 대해 논의하던 날 교육부에서 당국자가 와서 “학종 비중이 높은 수도권 일부 대학의 정시 비중을 높이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몇 개 대학만 콕 집어서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해볼 수 있지 않나.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 같다. 사실 수도권 일부 대학의 정시 비중을 2~3% 늘리는 것은 당장에도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는 이미 2022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발표했는데 한 가지 변화가 정시 가군에서 나군으로 옮긴 점이다. 정시는 가에서 다군까지 나뉘는데 서울대가 기존 가군에서 나군으로 가면 현재 나군에 있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가군이나 다군으로 바꿀 생각을 할 것이다. 만약 연·고대가 다른 군으로 옮기면 그다음 학교가 또 바꾸면서 꼬리를 물어 맨 마지막 학교까지 다 바뀐다. 정시 비중 확대도 같은 식의 문제를 일으킨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대학입시는 전국의 모든 대학이 보이지 않는 서열과 경쟁 관계로 얽혀 있으며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풀의 변화에 따라 출렁인다. 학종 비율이 높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를 확대하면 정시 모집인원이 소규모로 늘어나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단편적이다. 정시 확대 신호가 주어지면 확대되는 모집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수험생이 수시에서 정시 쪽으로 옮겨갈 것이다. 따라서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줄어들면서 중하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 충원 인원이 많이 부족해진다. 수시 미충원 인원은 정시로 이월해 선발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다수가 중상위권 대학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중하위권 대학은 미충원이 늘어나고, 수험생은 대학을 못 가고 재수하는 인원이 늘어날 것이다.

-지방대학일수록 정시 비중 확대를 반대한다고 한다.

△수도권 일부 대학의 정시 비중을 늘리면 지방대학의 충원에 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지방대학일수록 반대가 심하다. 오히려 상위권 대학은 수시든 정시든 수험생을 유치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으며 수시로 충원할 일부 인원을 정시에 충원하는 것 외에는 신입생의 구성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정시 비중 확대를 언급한 것은 이른바 조국 정국을 계기로 공정성이 사회의 화두가 됐기 때문이다. 정시가 수시보다는 공정한 것 아닌가.

△정시가 공정하다고 보는 것은 수능이 객관적인 형태의 시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이라는 것과 공정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수시 전형이 도입되고 확대된 가장 큰 이유는 수능 위주 전형이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데 있다.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게 정시이며 이로 인해 교육특구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수능이 강조되면 학교 교육은 단순한 지식암기와 문제풀이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으로 전혀 맞지 않다.

-미래 세대 교육은 어떠해야 되는가.

△미래는 문제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문명 발전의 속도가 워낙 빨라 대학에서 4년간 배워야 할 것을 100% 암기했더라도 졸업하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데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직 모른다. 지금은 말도 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런 아이디어를 내놓는 인재를 키워내는 게 대학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그런 인재로 클 수 있는 학생을 받아들이려 하고 그래서 도입한 제도가 학종이다.

-정시 확대 반대는 곧 수시 확대 찬성을 의미하나.

△수시 도입 이후 수시 비중이 꾸준히 높아진 것은 수시로 뽑은 학생이 대학에서 더 교육을 잘 받고 대학을 나가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낸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시는 고교 졸업 이후 재수하는 학생들을 위해 필요하다. 학생부 내용은 이미 결정됐는데 같은 학생부로 응시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 결론적으로 정시건 수시건 어느 한쪽을 급격하게 늘리거나 줄이는 것을 반대한다.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한 ‘정시 전형 30% 이상’ 수준을 유지하면 좋겠다.

-현재 거론되는 얘기를 보면 정시는 40% 이상, 2022학년도부터 적용 정도인 것 같다.

△정시 40%라면 매우 많이 바뀌는 것이다. 대학의 한 학과에서 수시와 정시 인원 한 명을 조정할 때도 의논을 많이 한다. 지난해 공론화 결론은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충분히 얘기하고 검토해 나온 것이다. 대학 입시는 이렇게 급격하게 바꾸면 안 된다. 2022학년도부터 적용하는 것도 무리다. 지금 고1 학생과 학부모는 지난해 공론화 결론을 보고 나서 어느 고교를 갈지 정했다. 그런 수험생에게 입시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이미 출발했는데 결승선을 옮기는 행위다.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하고 불안감을 줘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가 어린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학의 입장은 뭔가.

△최소한 2022학년도 입시는 그대로 가야 한다. 이후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면 된다. 논의할 때는 대학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한 가지 부연하면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그러면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이 부분을 평가해줘야 한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수능을 거의 활용하지 못한다. 지금 정시를 급격히 확대하더라도 불과 몇 년 만에 다 소용없어지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뭐가 됐건 급격히 바꿀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얘기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실의 학종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나.

△수능은 1등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워 1등은 1등 대학 보내고 2등은 2등 대학 보내는 시스템이다. 학종은 1~5등은 실력 차이가 없는데 그중에서 더 나은 학생을 뽑는 제도다. 외부에서 보면 5등이 1등을 제치고 합격한 근거가 모호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운영하고 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개선할 일이지 문제가 있다고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

-현실의 학종이 어떻게 공정한지 설명해달라.

△회피와 제척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우리 학교만 해도 입시 직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자녀와 친인척 중에 지원한 경우가 있으면 신고를 받아 입시와 관련된 업무에서 완전 배제한다. 수험생으로부터 원서를 받으면 수험생 정보와 교직원 가족 정보를 함께 돌려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모두 빼낸다. 대부분의 대학이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종에서 교수 등 교직원 자녀가 특혜를 본 경우가 나온다면 입시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 대상이 되는 학교에서 그런 사례가 나온 것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 교직원 자녀가 해당 대학 또는 부모 소속 학과에 합격한 경우는 있었지만 회피·제척은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사람들이 고교등급제를 의심한다.

△입시서류를 평가할 때 고교 이름은 가려지고, 학생도 이름은 가려지고 수험번호만 나온다. 예를 들어 서류에 중국어를 열심히 한 부분이 나오면 외국어고 중국어과가 아닐까 추측할 수는 있지만 확인하지는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불거지면 그 대학은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다.

-교육부는 최근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교서열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반고에서는 내신 1~2등급 학생이 합격하는데 특목고에서는 4~5등급 학생이 합격하기 때문에 서열화를 했다는 얘기다. 입시 서류 평가와 면접을 해보면 결과적으로 특목고 학생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런 학생을 뽑으라고 학종을 도입한 것 아닌가. 교육부 얘기는 인과관계를 뒤바꾼 것이다. 특목고 출신이라고 해서 뽑은 게 아니라 우수한 학생을 뽑았더니 그 학생의 출신 고교가 특목고인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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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수학과에서 석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응용수학 분야 논문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국민대 교수(정보보안암호수학과)로 부임해 정보통신처장, 대학입학전형공정관리대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2년 국민대 대학입학전형공정관리대책위원회 위원을 시작으로 18년간 입학관리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현재 입학처장으로 있으며 올 4월부터 서울경기인천지역 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 겸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11&aid=000364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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