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역지사지(易地思之) 토론회 / 이의용(교양대학) 초빙교수

한번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나는 교수다!'라는 스피치대회를 열어본 적이 있다. "내가 교수라면 이렇게 가르치겠다"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날 발표장에서 교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나는 학습자다!'라는 발표회를 열어보고 싶다. 설교자와 회중을 대상으로 이런 발표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수업의 효과는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소통이 결정한다. 그러나 학습자는 교수자의 입장에 서 본 적이 없기에, 교수자는 학습자가 처한 입장을 잘 알지 못하기에 상대방을 제대로 배려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느 노회의 목사 장로 합동수련회에 출강한 적이 있다. '소통'이 주제였다. 목사는 목사끼리, 장로는 장로끼리 여러 조로 나눴다. 그리고 목사 그룹들에는 '나는 장로다!', 장로 그룹들에는 '나는 목사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목사 그룹은 장로의 입장이 되고, 장로 그룹은 목사의 입장이 되어 상대 그룹을 향해 희망 사항을 토의하여 발표하였다. 호칭부터 '장로'는 '목사'로, '목사'는 '장로'로 바꾸었다. 목사는 장로가 되어 목사들에게, 장로는 목사가 되어서 장로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찾아냈다. 결국 자신을 향한 제안이었다. 참석자 모두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상대방 입장에 서야 비로소 내 모습이 보인다.

어느 교회에서 항존직 소통 세미나를 인도했다. 목사, 장로, 안수집사, 안수권사 200여 명이 공동체와 소통에 관해 공부했다. 여러 직분자들을 골고루 섞어 20개 조를 편성하였다. 그리고 '나는 oo이다!'로 역할을 나누었다. 조별로 목사, 장로, 안수집사, 안수권사, 서리집사, 평신도, 청년이 되어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입장을 대변하는 발표를 했다. 나아가 새신자, 지역주민, 비신자의 입장이 되어 교회와 교인들에게 주는 제안도 나눴다.

후반에는 청년회 임원들을 초대하여 평소 교회 어른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의 솔직한 제안에 놀라워하기도 했지만, 어른들은 다음 세대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힘찬 박수로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다.

교육의 목적은 '변화'에 있다. 변화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 진행된다. 내게는 '6'으로 보이는 숫자가 상대방에게는 '9'로 보일 수 있음을 깨달을 때 변화는 시작이 된다. 소통이 잘 안 되는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설교자와 회중이 있다면 서로 입장을 바꾸어 역지사지 토론을 해보자.

이의용 교수/국민대·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원문보기: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831095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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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기독공보|2019-11-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