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신간] 제국의 시선 / 한상일(정외)교수
[중앙일보 2004-09-18 09:36]

[중앙일보 정재숙 기자] 제국의 시선, 한상일 지음

새물결, 445쪽, 1만6500원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1878~1933)는 전쟁 전 일본의 자유주의 지식인을 대표하는 정치사학자이자 당대의 논객이다. 일본 의회 민주정치의 선구자이자 민본주의를 주장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요시노가 새삼 우리의 눈길을 끄는 까닭은 그가 일본의 조선 지배에 관해 누구보다 많은 자료를 남겼기 때문이다. 한상일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시노의 예를 통해 일본 지식인의 식민지관과 조선 지배에 대한 인식을 탐구하고 있다. 식민주의를 새로운 맥락에서 읽기 위해서는 일본 제국주의를 가해자라는 도덕적 관점에서 비난하는 데서 나아가 일제 식민지 시기를 ‘제국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시노가 제시한 조선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근본적으로 일본의 국가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가능한 한 ‘보편적’기준에서 합리적인 조선 통치를 시행할 것을 주장했으나 이 또한 내면화된 보편성이라기보다는 타자의 시선을 의식한 일그러진 보편성이기가 쉽다. 지은이가 밝히고 있듯 일본이 모델로 삼은 프랑스의 동화정책은 계몽사상과 자연법 사상이 기초를 이루고 있었으나 일본은 그 정도의 보편적 기초마저 갖추고 있지 못했다. 조선의 이익을 내세우는 모든 통치 논리는 일본의 국가 이익을 중심에 두는 것을 은폐하는 허구에 지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한국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정재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