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김우석의 이인삼각>‘보수대통합 거부’는 국민배신이고 역사의 죄인 되는 길 / 김우석(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김우석의 이인삼각> 통합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임해야
 보수진영 정치인들, 한번이라도 자신을 내려놓고 국민의 뜻을 따라야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재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보수통합논의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공개적으로 통합제안을 한 지도 한 달 가까이 된다. 황 대표는 광화문 대중 집회를 비롯해 기회 있을 때마다 “문재인 정부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진영이 모두 통합해야한다”고 했다. 누구 눈치를 봐서도 아니고, 누가 시켜서도 아니었다. 절실했기 때문이다. 감당하기에 너무 강한 적을 앞에 두고, 아군은 뿔뿔이 흩어져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보수진영의 맏형격인 황 대표는 안타까움과 함께 소명의식을 갖게 됐을 것이다.

보수언론의 질책도 있었다. 물밑대화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협상당사자들은 상황을 유리하게하기 위해 끊임없이 언론플레이를 했다. 언론은 한국당을 압박했다. ‘옥동자를 낳기 위한 난산’이라 생각하기에 그 압력은 너무 강한 것이었다. 황 대표는 물밑협상을 일단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공개적으로 통합제안을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당사자들은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조건을 달고 그 확답을 요구한 것이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통합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통분모를 찾고, 차이는 놔둬 시간이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역사에서 대승적인 모든 통합이 그 원칙을 따랐다. 차이를 부각하면 대화나 연대는 불가능하다. “탄핵이슈로 돌아가자는 사람은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탄핵과 관련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통합논의과정에 지뢰를 까는 일이다.

황교안 대표의 통합제안에 대해 유승민 의원(‘변혁’대표)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보수재건의 3대 원칙”으로 알려진 ① 탄핵의 강을 건널 것 ②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③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이 그것이다.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은 탈당의 이유이니 나름 거론해 두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은 당위에 가깝다. ‘수구보수’보다는 ‘개혁보수’로 나가야 한다. 집이 낡았으면 이를 허물고 새집을 짓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보수진영은 수리 정도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니, 적어도 처음부터 새로 짓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그래서 곧 통합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이런 당위로만 ‘변혁’ 내부의 문제들을 극복하기엔 추동력이 약했다. 통합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한사람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다양한 이념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협상당사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내부 부끄러운 사정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변혁의 정반대 측에 있는 우리공화당은 통합에 대한 대화를 미뤄둔 채 “유승민 등 탄핵 5적 정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선거법이 개정되면 가만히 있어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친박연대’ 성공신화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그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확실한 미래가치가 있을 때다. 동정심이 지지로 바뀌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던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1996년 50석, 2000년 17석을 얻었던 자민련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참패(4명 당선)한 뒤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비례대표 1번으로 스스로 지명한 김종필 총재는 이 선거에서 당선되면 10선을 하는 역사상 유일한 국회의원이 되는 상황이었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가능성이 희박한 기록이다. 대통령을 못해도 그 희소성으로 대단히 영광스런 정치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는 냉정했다. 한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지위로 천하를 호령했고, ‘영원한 2인자’란 비운에 동정심이 동했을 수 있었지만 그의 고향 충청에서도 판단은 냉정했다. 결국 10선의 꿈을 접고 정계은퇴를 하게 됐다. 국민이 더 이상 김종필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공화당이 지금이라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문재인 반사이익’이 있다 해도 자민련 최후의 반복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변혁’의 내부분열과 ‘우리공화당’의 오판이 보수진영의 통합을 막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당명도 바꾸겠다고 했다. ‘통합추진체’를 만들어 정식으로 협상을 하자고 했다. 그래도 안 되니 황교안 대표가 혼자 정권의 폭주를 막아보겠다고 단식에 들어갔다. 이제 목숨까지 내 놓겠다고 했다. 더 이상 무엇을 내놓으란 말인가?

어떤 이는 ‘도로 새누리당’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악의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진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통합과정과 당사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런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파’와 ‘반대한 파’가 나뉘어 결국 ‘폭망’했다. 자당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앞장서거나 막지 못했고, 이어진 대선에서 검증되지 않은 야당 후보에 정권을 헌납했다. 이대로 다시 물리적 결합을 한다고 ‘새로운 가치’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통합과정에서 자기희생이 중요하다. 나도 대의를 위해 은퇴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통합논의를 해야 한다. 유승민 의원이 말했듯이 집이 헐었다면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내방만 남겨놓고 집을 부술 방법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부대를 장만해 놓고 헌 술을 담으면 무슨 소용인가? 통합은 기존 정치인들의 생존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보수통합의 새로운 가치는 황교안 대표가 말했듯이 ‘국민중심’이 되어야 한다. 과정도 ‘국민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기득권 정치세력과 개인이 아닌, 주권자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드리는 결과가 되어야 한다.

황 대표의 단식 국면이 끝났다. ‘단식투쟁’에서 시작해 ‘단식’을 끝내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제 다시 통합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길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보수진영 정치인들은 한번이라도 자신을 내려놓고 국민의 뜻을 따를 수는 없을까? 국민은 보수진영이 뭉쳐서 현 정권의 폭정을 막으라고 명령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길 바란다. 그 명령을 무시하고 소아(小我)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매진한다면 국민은 그들을 외면할 것이고 현 정권의 폭정은 지속될 것이다. ‘20년 정권’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20년을 견뎌낸다면 말이다. 이게 ‘국민에 대한 배신’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보기: http://www.dailian.co.kr/news/view/848522/?sc=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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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데일리안|2019-12-03 08:00